한국, 선진국과 신흥국 경계에서 ‘갈팡질팡’

IMF 등 선진국 평가나오나 국제금융장에서는 여전히 투자위험 내재한 곳

2016-10-05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계에서 불분명한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국제금융장에서는 대체로 신흥국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 한국은 여전히 상당한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라는 평가다.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5일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경제의 기초 체력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신흥시장이라는 말은 지난 1981년 당시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앙트완 반 아그마엘이 처음으로 만들었다.신흥시장이 나오기 전에 이 지역은 ‘제 3세계’나 ‘개발도상국’으로 불렸다. 그러나 신흥시장은 뚜렷한 기준을 가진 말은 아니다. 보통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에 편입된 국가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2003년에는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이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이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국제통화기금(IMF)과 유엔(UN), 세계은행 등은 편의를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분류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지수 산정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FTSE, S&P 다우존스 지수 등이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 등을 분류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나 벤치마크 지수를 두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의 채권과 주식에 펀드 형태로 투자되고 있는 자금은 10조3000억달러에 이른다.이 가운데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IMF와 FTSE, S&P 다우존스지수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미국인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MSCI와 러셀지수는 한국을 신흥국으로 보고 있다.IMF는 1인당 소득과 수출 다각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대한 통합 정도를 기준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을 분류한다고 밝히고 있다. IMF가 분류하는 선진국은 37개국이다.FTSE는 각국의 주식시장을 선진국과, 선진 신흥국, 2차 신흥국, 프런티어로 분류하고 있으며 한국은 지난 2009년부터 선진국으로 분류해 왔다.그럼에도 FTSE는 한국이 완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폐의 태환성과 주식 명의 변경, 외국인 소유 주식의 거래 문제를 지적했다.그러나 FTSE는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에 같이 편입되는 게 맞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짐 오닐도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FTSE는 덧붙였다.피델리티나 슈왑, 뱅가드, JP모건 등의 주요 투자사들은 FTSE의 신흥국 지수에 근거해 투자상품을 만들며 이 때문에 한국을 신흥국으로 보지 않는다.S&P 다우존스는 지난 2013년 한국이 외환거래 규제 완화가 부족한 것 빼고는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신흥국으로 분류를 바꾼다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그러나 지난 1988년 MSCI 신흥시장지수를 만든 MSCI는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한국의 금융시장이 모든 국제 투자자들에게 선진국 평가를 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선진국 지위가 긍정적인 측면만 갖는 것은 아니다.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한국이 신흥국 지수에 남는 것이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한국은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15.8%의 비중을 차지해 중국의 18.4%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MSCI 전세계 지수에서는 한국의 비중은 1.7%에 그친다.이 때문에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투자금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한편에서는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절대적인 투자금 자체가 증가해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금 유입이 줄어들지 않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이 선진국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원화가 국제화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원화가 국제화폐로 인정된다면 원화가 절상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이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원화 절상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 취급을 받아도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