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굿둑' 개방하나…동남권 '뜨거운 감자' 부상

서병수 부산시장 "2025년 완전 개방"…울산시 "절대 반대"

2016-10-07     박동욱 기자
[매일일보]지난 1987년 완공된 이후 지난 30년간 바닷물의 낙동강 상류 유입을 막아 부산·울산 경남 시민의 식수원과 농업용수를 확보하는데 기여해 온 낙동강 하굿둑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서병수 부산시장이 "낙동강 오염으로부터 시민 건강을 지키겠다"며 "2017년 1월1일부터 하굿둑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2025년까지 완전 개방하겠다"고 깜짝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서 시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8일 오후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낙동강 하굿둑을 열어라, 1천300인 선언 선포식'에 참석해 제1호 서명을 한다.낙동강 1300리 길을 뜻하는 1300명 서명에 가장 먼저 나서겠다는 것이다.하지만 낙동강 하굿둑 개방 여부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 울산시 등 인근 지자체와 꼬일대로 꼬인 입장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되기까지는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낙동강 하굿둑의 폐해부산환경운동연합, 습지와새들의친구, 부산녹색연합 등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낙동강 하굿둑 때문에 본래 강의 기능을 상실해 하굿둑 주변 일대가 호수화, 늪지화된 상태"라면서 낙동강 하구 기수지역(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의 생태계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바닷물의 역류를 막아 염분 피해를 방지하고, 용수를 확보하려고 낙동강과 바다 사이에 지어진 하굿둑이 결국 녹조 현상을 심화시키는 등 낙동강의 수질을 크게 악화시키면서 갖가지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하굿둑에 대한 어민들의 개방 요구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속되고 있다.특히 지난 6월 전후로 낙동강 하류에서 어류 집단폐사 사태가 3개월째 이어지자 낙동강내수면어민총연합회 등 어민들은 지난 8월 몇차례에 걸쳐 선박 수십척을 동원해 선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이들은 "지난 3개월 동안 낙동강 하류 일대 어민들이 수거하는 통발 속 어류들이 50~90% 정도가 죽어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폐사 비율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같은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하굿둑 개방 요구에 대해 학계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인제대 박재현 교수는 지난달 9일 시가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낙동강 하구의 수량 분석 결과 모든 수문을 열어도 1년중 270여 일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80여 일도 수문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바닷물 역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박 교수는 "지금은 센서 기술이 발달해 각 수문마다 센서를 설치, 염도 측정을 통해 실시간 통제하면 낙동강 하구에서 15km 상류에 있는 대동수문(농업용수)나 26km 지점의 물금취수장(부산시 상수도)까지 염분이 유입되지 않도록 조절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이에 대해 부산대 반용부 교수는 "수문 개방은 생태계 뿐 아니라 무기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양식장이나 철새 피해, 모래톱의 안정성 문제 등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며 보다 면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해결 과제와 문제점낙동강 하굿둑 개방 여부는 최종적으로 국토교통부가 결정할 사항이지만, 부산시 의지와 별도로 해결해야 할 넘어야 할 과제도 한두가지가 아니다.우선 부산시 자체의 문제다. 개방 시 강물의 염분 상승에 따른 농업 피해 보상비만 해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낙동강 하구의 농가는 5900가구, 농경지(벼, 채소, 화훼, 과수 등)는 5164㏊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셈이다.이와 함께 취수원 이전비용만 2조7000억이 투입되는 등 하굿둑 개방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 대안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관련 지자체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서 시장이 하굿둑 개방을 시기까지 못박고 나서자 당장 울산시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울산시는 매년 봄철 갈수기때 원동취수장에서 하루 15만톤 가량의 생활용수를 회야댐 계통을 통해 사오고 있다. 올해에도 울산시가 시민에게 식수로 공급한 1억5000만톤 가운데 9월 현재 7% 가량인 1000만톤의 낙동강물을 공급받았다.낙동강 하굿둑 개방 여부에 대한 관심은 금강댐 하굿둑 개방 논의로도 이어져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하굿둑 개방에 대한 부산과 울산의 갈등 양상은 수년 전부터 마찰을 빚고 있는 전북과 충남과 모든 면에서 비슷하다. 하굿둑 개방시 용수공급 차질과 염분 농도 상승, 광활한 면적의 침수피해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충남은 안희정 도지사 공약으로 금강하굿둑 역간척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전북도는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