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제공 이통사 '돈이면 다 한다'

무분별한 음란성 컨텐츠 경쟁-시민들 맹비난

2007-04-07     이재필 기자
지난 5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음란성 소설을 유통시킨 혐의로 SK텔리콤, LG 텔레콤, KTF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확실히 법에 저촉된다고 확신했기에 압수수색을 펼쳤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경찰 관계자의 말에 지금껏 모바일 음란물 때문에 골머리를 썩어 오던 청소년 학부형들과 시민단체는 반가워하고 있다. 이동 통신 3사는 이번에 붉어져 나온 음란성 소설이 각 이통사간의 이익을 위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SK 텔레콤, LG 텔레콤, KTF.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을 담당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노골적인 성행위와 자극적인 주제를 글로서 표현한 일명 ‘야사’를 유통시킨 혐의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게 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5일 음란성 소설을 유통시킨 혐의로 SK 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 3사를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한 이동통신사에 야설을 제공한 CP(콘텐츠 공급업자) 42곳도 지난달 27∼31일 압수수색해 이동통신사에 판매한 소설을 저장한 CD 50여장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한 경찰관계자는 ‘확실히 법에 저촉된다고 확신했기에 압수수색을 펼쳤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모호한 법적 문제점에 대해서 확실히 선을 그었다.

경찰관계자는 금주 중으로 업체 관계자와 CP관계자를 불러 조사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 LG 텔레콤측은 ‘우리는 SK와 같이 직접 CP를 관리하지 않는다. 우리는 BA(마스터 CP)가 CP와 관련된 모든 담당을 맡고 있다.’고 전하면서 ‘법적 처벌을 받는다, 안 받는다는 지금 말 할 입장이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위법성이 있는지 확인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SK 텔레콤측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히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번 이통사들의 수위를 넘어선 성인 콘텐츠 유통은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각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경쟁하듯 자극적인 성인 컨텐츠를 유통했고 곪을 대로 곪아 버린 이통사들의 무분별한 성인 컨텐츠 경쟁을 법이라는 잣대로 터트리게 됐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는 최근 청소년들이 휴대전화 성인 컨텐츠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을 하면서 업체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생각 없는 행동에 분개하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김 모(43)씨는 ‘아들의 핸드폰 요금이 34만원이 나왔다. 이중 대부분이 성인 컨텐츠 요금.’이라고 밝히며 ‘아이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이통사의 얕은 상술에 호기심많은 청소년들이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통 3사의 성인 컨텐츠 매출은 2003년 701억원, 2004년 604억원, 2005년 446억원으로 매년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각 업체들의 주요 매출원이 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또한 한 CP관계자의 ‘ 휴대전화를 이용한 성인물 연재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내용을 노골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눈길을 끌 수 있다. 라이벌 업체를 이기기 위해선 야한 표현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이통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음란물의 강도를 높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소년 보호 관련 한 시민단체의 간사는 ‘이통사들의 음란물 관련 유통 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아무리 기업이라는 존재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지만 이렇게 무책임하게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전체에 질 낮은 음란물을 쏟아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하며 ‘통신사들의 소홀한 성인인증 검사로 인해 청소년들의 정신은 물론 해당 가족의 경제적인 피혜를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의 경우 업체들의 이러한 무분별한 음란물 경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찰의 조사를 지지했다.

이번 수사로 성인 컨텐츠의 음란성이 드러날 경우 콘텐츠 제조 및 유통업체는 음란물 유통 혐의로, 이통사들은 이를 방조한 혐의로 각각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게 된다.

업체들은 이를 두고 조심스럽게 자체 조사를 벌이는 한편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시민 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필 기자(hwona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