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매력, 31개 신흥국중 ‘최상위’
신흥국 성장 둔화속 대외 악재는 여전
2015-10-11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올해 3분기 자산의 투자 매력 상승 면에서 한국이 신흥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올랐다.11일 국제금융협회(IIF)의 ‘포트폴리오 할당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에서 한국은 0.498%포인트 올라 신흥 31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IIF는 시장정보업체 EPFR의 유동성 유출입 집계 등을 토대로 각국의 비중 변화를 분석했다.한국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0.438%p), 인도(0.414%p), 멕시코(0.376%p), 폴란드(0.301%p)가 2∼5위에 올랐다.필리핀(0.054%p), 말레이시아(0.037%p), 러시아(0.023%p), 레바논(0.005%p) 등은 비중 변화폭이 미미했다.31개국 가운데 9개국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줄어들었다.중국이 2.174%포인트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중국이 지난 8월 11일 위안화 가치를 갑자기 절하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브라질(-0.934%p), 인도네시아(-0.284%p), 터키(-0.116%p) 등 통화 가치가 급락한 국가들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이들 국가와는 달리,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올라간 것은 자금 유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IIF의 엠레 티프틱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한국의 순유출액은 28억 달러(3조2000억원)였지만 중국(100억 달러 순유출)과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유출 강도가 세지 않았다”며 “신흥국 금융시장의 동요 속에 한국 자산은 비교적 잘 헤쳐나간 편”이라고 설명했다.설태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여름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 하락 이후 국가별 매력 차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익 모멘텀 상향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현재 투자자들의 신흥국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채권의 편입 비중은 9.2%까지 올라갔다. 이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평균 편입 비중인 8.6%보다 0.6%포인트 높다.지난달 한국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른 것도 호재였다.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S&P가 부여한 한국의 신용등급이 AA-를 기록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직전인 1997년 8월6일(AA-) 이후 18년여 만에 처음이었다.한국 자산시장이 신흥국과 비교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신흥국 위기가 해결된 것이 아니어서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장률 전망치를 각각 3.1%, 3.6%로 이전보다 0.2%포인트씩 내렸다.IMF 전망대로 나온다면 올해 세계 성장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다.특히 신흥국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춘 5.8%로 제시했다. 이는 2001년의 성장률(4.9%)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다.통화 가치 추락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빚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IIF는 신흥국 기업(금융사 제외)들의 부채를 10년 전보다 5배 늘어난 23조7000억 달러로 추산했다.IMF는 최근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은 취약성이 점점 커지는 새로운 글로벌 시장 현실에 조정받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현재 세계 금융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라고 경고했다.올해로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여전히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다.콜린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신흥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으면 신흥시장 내 높은 평가를 받은 한국 자산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