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공무역 억제정책에 韓 수출 타격 ‘심화’

한은 보고서…중국 가공무역 비중 1998년 53.7%→작년 32.8%

2016-10-14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중국경제의 산업구조가 가공무역 위주에서 벗어나 점차 고도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14일 한국은행 조사국의 김진호 조사역과 조유정 조사역, 김용복 차장이 공동발표한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과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공무역 억제정책이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가공무역이란 다른 나라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수입해 들여와 가공·제조한 다음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의 무역거래를 말한다.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걸쳐 가공무역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그러나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낮게 창출하는 가공무역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보고 1999년부터 가공무역 제한 정책을 폈다.중국의 전체 무역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만 해도 절반이 넘는 53.7%였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32.8%로 낮아졌다.총수입에서 가공무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 50.2%에서 작년에는 26.8%로 크게 하락했다.가공무역 제한조치로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꾸준히 축소돼 왔지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여전히 중간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2014년 말 현재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0%에 달한다. 반면에 소비재 수출 비중은 7.0%에 불과했다.중국의 지난해 가공무역 관련 수입을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수출액이 986억달러로 전체의 20.0%를 차지했다. 이는 대만(15.4%)이나 일본(11.2%)이 중국에 수출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이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으로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김 조사역 등은 중국 정부가 특정 물품을 가공무역 억제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 품목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이 1∼2분기가량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2000년대에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1%포인트 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증가율도 0.5∼0.6%포인트 따라 늘었는데, 가공무역 비중이 줄어든 2012년 이후에는 이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김 조사역 등은 “중국의 무역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을 유발하는 효과가 줄어든 쪽으로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기존 가공무역 제한조치와 더불어 중간재의 국산화를 통한 자급률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중국 정부의 이런 전략은 전통적인 자원집약형 산업구조를 기술집약형 구조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의 ‘중국제조 2025’ 전략에 드러나 있다.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25%에 달하고 특히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올 들어 9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김 조사역 등은 “중국 정부가 기계, 자동차, 소재부품 등의 자급률 확대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 품목의 대중 수출 증가율 둔화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