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폭탄 ‘청와대에 쾅!'

재경부는 삼성 로비에 놀아나는 집단

2007-04-07     김호준 기자
“로비 압력은 386들을 통해 올라온다”
“한·미 FTA협정은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정태인씨가 자신이 몸을 담았었던 청와대를 향해 연일 험담과 독설을 퍼부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정태인씨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80년대 후반 국회의원이었던 시절부터 경제 자문 역할을 해왔고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을 역임한 뒤 동북아시대위원회 기획조정실장과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내다 지난해 6월 행담도 개발 의혹에 휩싸여 물러났던 인물이다.

정씨는 6일 인터넷 언론매체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FTA를 추진하는 데 대해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내놓고 욕을 먹어야 맞는 건데 거꾸로 돼버렸다며 한·미 FTA가 되면 정동영 의장은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경부와 통상교섭본부가 한·미 FTA 추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재경부와 삼성의 유착사실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재경부는 주로 삼성 것만 가지고 정책을 만든다며 “재경부 국장 중에 삼성맨이 많고 그들(재경부 관료)은 자신들 돈으로 술값 계산 안하고 삼성 사람들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청와대가 재경부에 둘러싸여 있고 또 재경부는 삼성의 로비에 놀아나는 집단’ 이라고 비난 한 것이다.

또, 정씨는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문제 건드려서 옷 벗은 것”이라며 “이부위원장이 사실상 항복을 했는데도 여기저기서 로비가 들어오는 데 이정우 선생하고 저하고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고 “이런 로비와 압력은 다 386들을 통해 올라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386들은 정의감은 있지만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전문성도 없으며 자기 논리가 없다.” 며 비판했다.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앞서 ‘오마이 뉴스’와 ‘CBS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서도 “한·미 FTA 협상 추진은 임기 내에 뭔가 업적을 남겨보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에 시작된 전형적인 한건주의”라며 비판하며 “정부 주장대로 10개월 내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마무리 하게 되면 한국경제가 날아갈 것”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또한,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2~3년 준비했다는 것은 다 거짓말” 이라며 “자신이 지난해 5월까지 FTA를 담당했을 당시에는 한·미 FTA 이야기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미 FTA협정은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이다.” “(노대통령의 변신은) 구한말의 김옥균 등 개화파들이 친일파로 변신한 것과 비슷하다.”,“현재 노무현 정부는 조급증에 걸려 제 정신이 아니다, 미쳤다고 볼 수 있다.”,“대연정을 통해 적과의 동침을 시도했다가 거부당해 망신을 자초하더니 이번에는 엄청난 적과 서슴없이 손을 잡았다.”.......

이렇게, 최근 들어 연일 청와대를 향해 독설을 퍼붓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의 이 같은 행보는 권력과 정책의 중심에서 밀린 참여정부의 반미 자주파가 친미 실용파를 향해 반격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일고 있다.

더구나 지난 2월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개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기밀문건 유출자가 평소 NSC의 실용적 외교노선에 불만을 갖고 있던 외교통상부 출신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던 터라,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것은 정태인씨가 “정부안에는 이정우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후 또 자신과 문정인씨가 청와대를 나온 이후 청와대가 친미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과 문정인씨가 있었을 당시만 해도 청와대에는 한·미 FTA 추진 에 있어서 견제할 세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종석 현 통일부 장관까지 친미로 돌아서서 온통 친미세력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FTA 의사결정 주무부처는 외교통상교섭본부이고, 최종 정책결정라인은 외교 안보 등을 망라하는 NSC"라며 "당시 정 전 비서관은 정책결정라인에 있지 않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씨가 말한 친미 성격의 한미 FTA는 “중국 포위론이 되며, 전략적 유연성 인정 등과 맞물려 그동안의 남북관계나 북핵문제 해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에서 그 의도가 잘 드러난다.

명백한 도발?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태인씨의 한·미 FTA를 반대하는 핵심 논거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보다, ‘반미, 친중, 친북구도’에 장애가 될 한·미 FTA를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잘못된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정씨가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의 친미적 정책결정을 용인할 수 없다며 NSC문건을 빼돌린 비서와 내용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며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된 정 전비선관의 독설파문에 청와대 측은 크게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고 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지 않느냐?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지만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면서 그렇다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본래 자기 생각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정씨가 대통령보다 주변의 관료나 참모들에 대해 문제의식이 큰 것 같다.” 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도 이 같은 연일 정씨의 발언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청와대의 1급 비서관으로 노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의 독설이여서 청와대는 뒷통수를 맞는 꼴이 됐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방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다음날(7일) 자신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부처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그는 "'비보도'를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해 '술집에서나 할 얘기'를 주변 정황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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