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① 수입차 전성시대, 이것은 문제로다] 판매 가격 ‘천차만별’···제 값 주면 ‘호갱’
수입차 점유율 20% 육박··같은 제품이라도 프로모션 등 딜러마다 조건 달라
2016-10-18 김백선 기자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대한민국 도로 위를 달리는 수입차가 부쩍 늘었다. 이미 지난해 등록대수 100만대를 넘어선 수입차는 점유율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며 2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수입차 전성시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판매·A/S·품질)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매일일보>는 국내에 들어온 지 28주년을 맞이한 수입차의 현주소를 4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들쑥날쑥’한 수입차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차 판매량은 15만8739대로 전년 동기(12만8817대)보다 23.2%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16.26%로 전년 동기(14.15%)보다 2.11% 늘어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만대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수입차의 가파른 성장세와는 달리 가격정책은 국내에 처음 진출한 28년 전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여전히 판매시기와 딜에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다.실제 아우디 A6 모델은 지난 4월 인하율 20%에서 6월 5% 수준으로 줄어든 바 있다. 1~2개월 사이에 1200여만원에서 200여만원으로 크게 줄어든 사례다.이 같은 행태는 최근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최근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폭스바겐 코리아는 10월 셋 째주부터 수입차 최고 인기 SUV인 티구안을 5%에서 최대 8%까지 할인하기로 했다. 또 2015년형 파사트 1.8 가솔린 모델은 13.5%, 고급 SUV 투아렉은 2015년형 모델에 대해 무려 18%를 할인 판매한다.BMW도 지난달 출시된 BMW ‘뉴 3시리즈’ 320d의 판매가를 4940만원으로 책정. 하지만 현재 딜러들과 구매 상담을 해보면 정가에서 500~600만원의 할인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차 값을 10% 넘게 할인해 주는 것이다.메르세데스 벤츠도 상황은 비슷하다. 딜러들이 제시하는 벤츠의 주력세단 E200 Avantgarde(6020만원)의 할인금액은 580만원이 넘고, C200(4790만원)은 355만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수입차의 판매 가격이 일정치 않은 가장 큰 요인은 수입차 판매 창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을 공식수입하는 업체가 제작사로부터 차량을 들여와 효성, 코오롱 등 딜러사에 공급하면 이들이 다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인데 딜러마다 얼마의 마진을 남길지는 각자가 알아서 결정한다.수입차 업체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가격표를 알리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팔리는 가격과 차이가 커 사실상 의미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입차는 제값주고 사면 ‘호갱’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일각에선 수입차 업체들이 애초 공식 판매가격을 결정할 때 할인액을 감안해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여기에 수입차 판매 딜러들의 실적이 월 단위로 계산된다는 점도 할인율 변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월 말에 가까울수록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할인율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또 일부 딜러들의 경우, 정해진 판매량을 채우기 위해서 자기 이익 중 일정액을 포기하면서 차량 가격을 평소보다 많이 할인해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차량 가격의 할인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실제 수입차 전시장(3월 말 기준)은 364개에 달한다. 2010년 3월 208개에서 5년여 만에 78%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총 83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점유율 15%인 수입차 전시장 수는 이미 포화상태다.사실, 수입차 업계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할인을 해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입하는 소비자가 생겨나기 마련이다.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차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매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