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세계 곳곳에 마이너스 물가가 속출하는 등 디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국 등이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21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주요 국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기대비 마이너스이거나 0%에 머물렀다.
유로존은 작년 동기대비 -0.1%로,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0%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그리스(-1.7%), 스페인(-0.9%), 핀란드(-0.6%), 슬로베니아(-0.6%), 슬로바키아(-0.5%)는 마이너스였다.네덜란드(0.6%)와 포르투갈(0.9%)도 1%를 넘지 못했다.영국은 9월 물가상승률이 작년 동기대비 -0.1%로, 1960년 이래 두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영란은행은 내년 초까지 물가 상승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미국은 작년 동기대비로는 8월 0.2%에서 9월 0%로 떨어졌다. 전달 대비로는 -0.2%를 나타내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CNBC는 “물가 상승률이 높은 서부 지역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이미 8월에 작년 동기대비 -0.19%였다”고 전했다.일본은 8월 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0.2%였다. 일본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2.3%에서 4월 0.6%로 내려온 이래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중국은 작년 동기에 비해 1.6% 상승했지만 전달(2.0%)에 비해 낮아졌고 시장 전망치(1.8%)도 밑돌았다.
한국 역시 9월 물가 상승률이 0.6%로 10개월째 0%대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폴란드가 -0.8%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으며 헝가리(-0.4%)와 태국(-1.1%)도 마이너스였다. 스리랑카는 -0.3%로 199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9월까지 4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세계에 디플레 압력을 수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반면, 유가 급락 등으로 인해 경제난에 빠진 러시아는 9월 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기대비 15.7%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고 부채 과다로 위기에 처한 터키는 8.0%였다.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물가 상승률을 159%로 전망한 베네수엘라는 아예 수치를 내지 않고 있다.원자재 가격 약세에 타격을 입어 통화가치가 급락한 칠레(4.6%), 콜롬비아(5.3%), 페루(3.9%), 인도네시아(6.8%), 말레이시아(3.1%) 등 자원 수출국들도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한편 오는 22일 몰타에서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양적완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9월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지난 3월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ECB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정부의 목표치(7.0%)에 미달하면서 이달 말에 열리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감세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주식시장제도 간소화 조치 등도 예상하고 있다.일본은행도 이달 말 회의에서 양적완화 확대 등을 포함한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