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양책 ‘약발’ 끝?…내년엔 소비절벽 오나

3분기 성장률 ‘깜짝 반등’에도 “회복세 미온” 평가 여전

2015-10-25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올 3분기 경제성장률 실적이 기대를 웃돌면서 내수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지만 회복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25일 금융투자업계와 주요 투자은행(IB)에 따르면 HSBC는 한국은행의 3분기 성장률 속보치(1.2%, 이하 전기 대비) 발표 직후 낸 보고서에서 “3분기 한국의 성장률이 기대를 웃돌았지만 경제 기저에 놓인 성장동력은 여전히 미약하다”고 진단했다.HSBC는 “수출 등이 여전히 부진하게 머무는 한 한국경제의 성장세는 3분기 성적이 보여준 것보다는 미약할 전망”이라며 “민간소비가 추가로 개선될 여지도 제한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대 성장률 회복은 작년 1분기(1.1%) 이후 6분기 만이다.모처럼 희망적인 숫자가 나왔지만 회복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메르스 충격으로 2분기 성장률(0.3%)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기저효과와 같은 일종의 통계적 착시가 반영됐기 때문이다.내수가 증가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임시공휴일 지정과 같은 정부의 소비진작대책과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정부 지출 증가 등 단기 부양책의 기여가 컸다.수출은 전기 대비 0.2% 줄어 오히려 상반기보다 더욱 악화했다.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 및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신흥국 경제악화 위험 등으로 대외 경기 상황은 여의치 않다.전문가들은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소멸되는 내년이 되면 민간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낸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가계의 소득 여건과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오히려 정책 일몰 이후 소비 절벽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판매가 증가해 2009년 2분기 소비가 3.3%나 증가했지만, 정책이 끝난 뒤인 3분기에는 소비 증가율이 1.0%로 급락한 바 있다.2012년 9∼12월에도 개별소비세 인하가 있었으나, 다음 해 1분기 민간소비는 마이너스 증가율(-0.1%)로 전환했다.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 8월과 9월 14.9%와 15.5%로 급등하면서 3분기 내수 회복을 견인했지만, 내년까지 이런 판매 호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소비를 짓누르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고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로 가계의 소비성향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증가, 가계부채 증가도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애초 기대했던 자산효과(자산가치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는 미약한 대신 주거비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감소의 역효과만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온다.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6%에 그쳐 가계의 소득 개선이 부진한 가운데 주력업종의 업황 부진과 ‘좀비기업’ 구조조정으로 고용 여건이 좋지 못한 것도 소비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103)까지 석 달째 호전세를 보였지만 아직 메르스 이전 수준(5월 105)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정부의 소비진작 대책에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미래 소비를 당겨쓰는 효과밖에 못 내겠지만, 정부 대책이 소비심리 개선을 이끄는 데 성공한다면 민간소비가 회복력을 이어가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