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위기 ‘경고음’ 갈수록 커져

원자재 생산·수출 중심으론 역부족 평가

2016-10-25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신흥국가들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신흥국의 위기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부진 등 이른바 ‘G2(미국·중국) 리스크’가 최대 요인으로 지목된다.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 때문에 신흥국들의 금융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동안 신흥국에 유입됐던 자본이 유출될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원자재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의 경기둔화로 신흥국의 수출이 부진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9개 신흥국은 달러 대비 환율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은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자국통화의 약세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또 브라질은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은 CDS 프리미엄이 2010년 유럽재정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태국, 칠레, 멕시코 등 6개 신흥국은 CDS 프리미엄이 유럽재정위기 수준에 근접했다.이들 신흥국은 금융불안 외에도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정부부채 증가까지 겹치면서 금융불안에 대처할 정책적 능력도 제약받고 있다.인도와 브라질 등 4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60%를 넘고 러시아, 남아공 등 11개 나라는 대외채무가 GDP의 40%를 웃돌았다.이들 신흥국은 그동안 외환보유액 확충,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위기대처 능력을 키워왔지만 ‘G2 리스크’가 심화하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위기로 빠져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연세대와 공동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G2 리스크로 인한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계 및 기업 등 민간 부채의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총재는 특히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성장둔화는 1회성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구조적 변화이므로 각국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국은행의 김충화 과장과 구병수 조사역이 작성한 ‘최근 신흥국 금융·경제의 취약요인 점검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뿐만 아니라 올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작년 하반기부터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과잉투자 조정이 진행되면서 수요가 둔화돼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값의 신흥국 경제성장 기여도는 작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민간투자와 세계 수입수요의 신흥국 성장 기여도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이제는 신흥국들이 원자재 생산이나 수출 위주 경제구조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신흥국의 금융 사이클이 지난 8월께 정점을 찍고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실물경기 둔화까지 겹치면 신흥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김충화 과장 등은 신흥국들이 통화·재정 정책 조합을 통해 G2 리스크에 대처하고 금융안전망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출주도의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