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보 vs SK C&C, 막장 결투 속 진실찾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10-04-09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요즘 IT서비스업계가 요지경이다. 소위 IT분야의 건설업체로 불리는 IT서비스업체들이 최근 수백억여원이 걸린 사업 수주를 놓고 서로간 법정공방을 불사하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 업계의 선구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주)쌍용정보통신과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현재 업계 빅3 중 하나인 (주)SK C&C간의 싸움은 업계에서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 이들은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며 진실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IT서비스업계 대표업체 SKC&C와 쌍용정보, 국내외 사업 수주 놓고 이전투구
쌍용정보, “SK C&C는 빅3답게 행동하라” VS SKC&C, “어린애처럼 굴지마라”

최근 쌍용정보통신(이하 쌍용정보)과 SK C&C간 싸움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일 쌍용정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Astana-Almaty) 동계 아시아게임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에서 SK C&C가 자사의 과거 스포츠SI부문 기술제안서를 도용한 증거를 포착, 최근 법원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행위 및 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SK C&C는 발끈했다. SK C&C는 쌍용정보가 법원 결정문을 자신이 유리한대로 자의 해석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오히려 쌍용정보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쌍용정보, “SK C&C가 우리 제안서 도용했다!”

동계 아시아게임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의 규모는 약 430억원대에 이른다. 이 정도 규모면 IT서비스업계에서는 ‘매머드급’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로서도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 입찰에 참가한 국내 업체는 쌍용정보를 비롯한 SK C&C, 삼성 SDS등 세 곳이다. 쌍용정보가 SK C&C에 뿔이 난 것은 1차 입찰 제안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25일 SK C&C가 1차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쌍용정보의 과거 스포츠SI부문 기술제안서 상당부분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쌍용정보는 SK C&C가 제출한 1차 제안서를 검토한 결과, SK C&C의 제안서 50% 이상 분량(총 300여 페이지 분량의 기술 부분 중 160여 페이지 이상)을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등 과거 자사의 기술제안서를 그대로 도용했고, 심지어 그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글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의 전 직원들을 채용한 후, 이들을 통해 빼낸 자사의 과거 제안서 등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쌍용정보는 지난 2월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 C&C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및 형사고발을 했고, 지난 3월16일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당초 쌍용정보는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뿐만 아니라 전직 쌍용직원의 이직과 SK C&C의 본 입찰 참가 제한을 요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만 받아들여졌을 뿐, 두 가지는 모두 기각됐다.쌍용정보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IT사업은 일반 IT사업과 달리 특수성이 인정되는 분야여서 기존 스포츠 IT사업의 수행 실적 없이 아시안 게임, 올림픽 등과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IT사업에 단독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SK C&C 역시 이 부분이 걸려 당초 스페인의 MSL사와 협력하려했었지만 계획이 무산되자, 다급해진 SK C&C측은 황급히 당사의 제안서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IT서비스업체 중 빅3에 해당하는 SK C&C가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관련분야 역량도 없이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으로, 무조건 수주하고 보자는 막가파식 영업을 국내시장도 모자라 해외시장에 나와서까지 펼치며 흙탕물을 튀기냐”며 “국제적으로 나라망신 시키지 말고 2단계 입찰에서 조용히 물러서야 한다”고 비난했다. 

 
      쌍용정보통신은 과거 자사의 스포츠SI 기술제안서를 SK C&C가 50%이상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SK C&C, “몰상식한 행동, 이제 그만!”

이같은 쌍용정보의 주장에 대해 SK C&C측은 격렬히 반발했다.

SK C&C는 “1차 기술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도 본 입찰에 참가하는 데 있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쌍용정보는 자기들만 스포츠SI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오만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SK C&C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쌍용정보는 법원의 결정문을 자기들이 유리한 대로 자의 해석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결정문에도 나와 있듯이 제안서의 상당부분은 IT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라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인 데, 쌍용정보는 마치 자기들의 전유물인냥 행세하는 것은 도리어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쌍용정보의 전 직원들이 이번 1차 제안서 작성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말한대로 1차 제안서는 쌍용정보 전 직원이 아니더라도 이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내용이며 본 입찰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 1차 제안서를 가지고 쌍용정보가 걸고넘어지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연설명을 하면서 “1차 제안서는 단지 조직위원회가 입찰 참가업체들의 스팩이나 규모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본 입찰에 참가 할 수없는 것도 아닐 뿐더러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며 “쌍용정보의 이런 몰상식한 행동은 본 입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어린애 같은 행동”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이들은 앞서 377억원 상당의 여수국제박람회의 유비쿼터스 통합정보시스템 및 IT인프라 구축사업 수주를 놓고서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쌍용정보가 SK C&C의 입찰과정에서의 하자를 주장하고 나선 것. 쌍용정보는 SK C&C가 예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저가입찰을 했다는 것과 입찰 제안서에도 흠결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쌍용정보의 주장에 대해 조직위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끝내 SK C&C와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