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② 면세점 2차 대전]‘동대문’ 깃발 깊게 꽂는 자가 ‘勝’

두산, 16년 두타 터줏대감 지역상권 이해 높아..비유통업 주력 약점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 성공적 경영 강점..최근 실적 악화 ‘위기’

2015-10-26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2차 면세점 대전에 참가하는 두산그룹과 SK네트웍스가 ‘동대문 상권’을 낙점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SK네트웍스는 지난 9월25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신청서를 제출하고, 각각 동대문 두산타워와 케레스타 빌딩을 면세점 입지로 정했다.

동대문은 기존에 면세점이 들어선 바는 없지만,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710만명에 이를 정도로 여타 서울 상권에 비해 3배 가까이 많다는 점에서 유통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또 인근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비롯해 창경궁, 동묘, 흥인지문 등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전통적 관광지들과의 접근성도 좋아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좋다는 강점이 있다.

이에 16년간 ‘두산타워(두타)’를 운영해 온 두산그룹과 ‘워커힐 면세점’으로 잔뼈가 굵은 SK네트웍스가 각각 동대문을 새 격전지로 점찍은 것이다.

먼저 새롭게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두산은 ‘사회공헌’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동현수 사장은 간담회에서 “면세점 수입의 10%를 중소 협력업체나 인근 상인과의 ‘동반성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동 사장에 따르면 이는 순수 기부금만을 말한 것으로 회사 차원에서 실시하는 여러 동반성장 관련 사업은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두산은 전체 면세점 입점 품목의 40%를 국내 중소 브랜드로 채우고, 해마다 30여개의 국내 브랜드를 발굴해 입점시켜,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K-브랜드 글로벌화’ 안을 발표했다.

고용창출에 대해서도 면세점 근무 직원 채용도 소외계층이나 동대문 인근 출신자를 전 직원의 10% 채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뒤이어 26일 박용만 두산 회장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한 ‘미래창조재단’을 설립하고 사재 100억을 출연, 그룹 100억원과 함께 총 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1999년 두타 이전 후 오랫동안 동대문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동대문에서 가장 오래 된 대기업으로서 미래창조재단을 통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재단 출범 취지를 밝혔다.

두산이 출범시킨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동대문 싱크탱크(Think tank) △동대문 마케팅(Marketing) △브랜드 액셀레이터(Accelator)의 세 가지 사업을 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동대문의 정보를 알리고, 전문 인력과 함께 지역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두산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데다가, 유통 분야보다는 중공업 등 타 산업에 주로 종사해 왔다는 점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기본적으로 유통업으로 시작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사업 경쟁력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거치며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라며 “두타를 지난 16년간 운영해 온 만큼 유통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SK네트웍스 또한 만만치 않다. SK네트웍스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면세점을 지난 23년간 운영해 온 경력을 내세우며, 동대문 진출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6월 1차 면세점 부지로 제출했던 ‘케레스타’ 건물을 부지로 동대문 진출에 재도전한다. 이곳에서 SK네트웍스는 1만6259m²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특히 동대문 지역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는 ‘교통’문제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케레스타는 건물 자체적으로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 가능한 수준의 대규모 지상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며 “지하주차장이야 두타에도 있지만 대규모의 지상 주차장을 갖추고 있는 곳은 케레스타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대문 면세점은 26년간 운영해 온 워커힐의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대문 지역에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반 기업 정서’로 각 기업들이 오너 리스크를 최대한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미 형기를 마치고 나온 최태원 회장의 경우 이 점에서 경쟁사보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워커힐 운영 경험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3년간의 운영 경험은 강점이지만, 최근 워커힐 면세점의 매출 실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평당 매출액이 1억2011만원을 기록, 동화면세점이나 롯데월드면세점보다 낮았으며 전체 매출도 2700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1차 면세점에서 이미 고배를 마신 동대문 케레스타 부지로 별다른 전략 수정 없이 재도전한다는 점에서 ‘패배’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SK네트웍스는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면세점 운영 계획 등을 상세히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