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軍, 실종 가족들은 울고 있는데 함대 탈출기 홍보 '빈축'
2011-04-10 뉴시스
침몰 천안함 실종자의 생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이 생존 장병의 천안함 탈출기를 미담이라고 알리고 나서 실종자 가족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하고 있다. 해군본부는 천안함 침몰 보름째인 9일 오후 3시13분께 '구조 당시 미담'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해본은 A4용지 6매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최원일 함장, 침착한 구조 및 이함 지휘와 승조원들의 일사불란한 행동', '생존한 58명 승조원 전원 생환, 이함 시 실종 전우 위해 구명정 남겨'란 내용을 머릿말로 적었다. 뒤이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그때도 그들은 대한민국 해군이었다'라는 소제목을 달아 "모두 침착하라. 내 지시를 따르면 모두 다 구조될 수 있다"는 김덕원 소령의 말을 인용했다. 또 '사건 당일 천안함 최원일 함장은 자신의 CO2 재킷을 부상당한 A모 상사에게 입히며 생존한 승조원들을 안심시키고는 침착하게 구조 및 이함 절차를 밟았다'고 적었다.이후에도 '부장 김덕원 소령, 필사의 노력으로 탈출구 찾아', '질서정연한 이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임을 잊지 않았다', '자신보다 동료, 후배 먼저 구했던 구조현장', '눈 안보이는 후배에게 자신의 안경 준 김모 중사' 등의 소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사례별로 묶었다.해본 정훈공보실은 언론보도 일부를 인용하거나 생존 장병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이 보도자료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천안함 침몰 보름이 되도록 실종 장병 2명만이 시신이 돼 가족 품으로 돌아왔을 뿐, 나머지 44명은 생사조차 확인이 안 돼 가족들은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살아 돌아온 장병들의 탈출 과정이 훌륭하겠지만 아직 생사조차 모르는 아들, 형제 때문에 가슴을 조리고 있는 우리들을 군이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 같은 군 홍보자료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허탈해 했다.이에 대해 해본 정훈공보실 관계자는 "가족들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일사분란한 천안함 장병들의 생존 과정도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생존 장병을 상대로 직접 확인하거나 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된 내용은 아니다. 언론 보도나 생존자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참고해 작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