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상조, 고열 앓는 원인 [정밀진찰]

'마이웨이 경영'이 낳은 참극

2010-04-12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상조업계 1위 기업, 보람상조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난해 노조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보람상조는 최근엔 회사 오너일가의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입원하는 신세까지 처했다. 여기에 롯데를 비롯한 삼성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조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시장 입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절박한 상황에 놓인 보람상조를 향해 동정어린 시선과 함께 질타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상조업계 1위 보람상조, 비약적 성장에만 집중…고객과 노조의 말엔 '귓등으로'
회원 수 최대 규모지만 소비자피해구제율은 업계 ‘꼴찌’, 민원 종류도 '각양각색'

보람상조는 지난 1991년에 설립된 이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75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보람상조는 병원과 건설을 비롯한 웨딩, 호텔, 광고대행사등 계열사만 무려 20여개를 거느린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보람상조가 이렇게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상조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공격적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병원과 웨딩, 호텔 등을 연계해 고객서비스를 한층 개선시키며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약적 성장거듭해오던 보람상조, 4~5년전부터 미열 발생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오던 보람상조에 미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4~5년 전이다.

보람상조에 가입한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민원의 종류는 실로 다양했다. 환급, 해지, 위약금 등에 관한 불공정 약관에서부터 허위과대광고, 전화권유판매업 미신고, 끼워팔기, 부실 서비스 등 각양각색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등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상조서비스 가입자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81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 136건, 2008년 234건, 2009년 374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보람상조는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처리한 ‘소비자피해구제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계당국은  보람상조에 과징금 부과하는 한편 시정 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보람상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식 경영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참고 참았던 노조의 불만 폭주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한 사측, 결국 ‘동영상’ 공개로 결판
검찰, 보람상조 오너 일가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전방위 압박수사…고객 해약 사태 속출 

곪고, 곪은 노조 문제가 빚어낸 오너 일가 횡령 사태

보람상조의 이같은 경영은 회사 내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됐다.

소비자 민원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곪고, 곪은 노조 문제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지난해 6월 보람상조 노조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사측 역시 고소, 고발로 대응하면서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해를 넘겨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오너일가의 횡령 사태도 노조의 폭로에 의해 불거졌다.

노조는 지난 1일 회사의 회계장부와 회장 부인의 비서가 돈다발 건네받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에 즉시 오너 일가의 횡령혐의로 서울 본사와 회장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부산지검 특수부는 최철홍(52)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자 형인 최모(62) 부회장이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여러 개의 계열사를 운영하며 거액의 고객 돈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미국에 출국해 있는 최 회장등을 강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사건의 파장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고객들의 불안감도 이에 비례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약을 요청하거나 월 회비 자동이체를 중지시키고 사태를 지켜보는 회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지경까지 왔음에도 불구 보람상조측은 '먼산 불구경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보람상조는 “아직 고객 돈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방침”이라며 “재무건전성이 탄탄해 해약이 증가하고 새로운 고객유입이 감소해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시장 진출, 악재로 또 작용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을지 몰라도 앞으로가 더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번 오너 일가의 횡령 사태로 인해 해약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이 열악해질 수 밖에 없게 될 것이고,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상조 시장 진출이 가사회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를 비롯한 삼성에스원, 대우조선해양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상조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보람상조의 또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의 보안전문업체인 에스원은 최근 정관에 ‘분묘, 분양 및 장례 서비스업’을 추가했으며,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롯데 등도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상조 브랜드 ‘더케이라이프’를 설립,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저런 악재에 놓인 보람상조가 ‘마이웨이 식’ 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태도에서 탈피해 지금이라도 고객과 노조의 말에 귀를 기울려야 자세를 가져야만이 지금의 사태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