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농심, 막걸리 시장에서 2차 격돌 '일촉즉발'

형의 동생 길들이기는 쭉~

2011-04-12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형제기업인 롯데와 농심의 2차전이 조만간 성사될 전망이다. 앞서 이들은 라면시장에서의 쟁탈전을 예고한 바 있다. 롯데가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라면시장에 진출, 농심의 텃밭에 삽질을 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롯데 신격호 회장과 농심 신춘호 회장간 반목의 역사가 빚어낸 형제간 밥그릇싸움으로 비화됐다는 점이다. 이같은 시각에 롯데와 농심은 적잖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도 잠시, 최근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 역시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19일 농심은 정기 주주총회을 열고 ‘특정 주류도매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이로서 항간에 떠돌던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롯데, 농심 텃밭에 삽꽂은 지 얼마 안돼 또다시 막걸리 시장에서 격돌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 배경은 북제주군 교래리 마을주민들이 마을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삼다수마을막걸리’(가칭)을 만들어보겠다며, 농심에게 유통과 판매를 맡아달라고 사업제안을 해오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만일 농심이 막걸리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전국 단위일 텐데, 이렇게 되면 생산과 유통 그리고 브랜드명 등과 함께 업계 실정까지 종합적이고도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야한다”며 “현재, 시장 진출이 확정됐다기보다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농심이 막걸리 시장 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한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농심의 형제기업인 롯데가 먼저 막걸리 시장에 진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의 일본 현지법인 롯데주류재팬은 서울탁주의 막걸리를 수입해 일본 주류업체인 산토리의 유통망을 통해 전국 판매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도 롯데가 농심의 텃밭인 라면시장에 진출해  뒷말이 무성했는데 이중 항간에서는 형제기업간 밥그릇 쟁탈전으로 회자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시 일각에서는 롯데 신격호 회장과 농심 신춘호 회장간 반목의 역사와 연결짓는 시각도 나타났다.

연이은 밥그릇싸움, 롯데가 형제들의 반목에서 비롯된 것?

이같은 시각의 빌미를 제공한 얘기는 이렇다. 롯데 신격호 회장에게는 밑으로 9형제가 있는데, 바로 밑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을 비롯해 신선호 일본 산사스(주)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은 지난 1996년 ‘형제의 난’으로 일컬어 질 정도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서로 왕래가 거의 없다고 한다.하지만 당시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롯데나 농심, 둘 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시장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만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또다시 막걸리 시장에서 롯데와 농심이 격돌이 예상되면서 사그라진 옛 시각이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농심이 막걸리 시장 진출에 대해 아직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전망한다.   만일 농심이 막걸리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필시 국내에 국한해서만 진출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본 막걸리 시장에 진출한 롯데와의 격돌이 점쳐지고 있다.  나아가 롯데 역시 일본에서 먼저 발을 내딛기는 했지만, 국내로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재 국내 막걸리 시장 1위인 협력사 서울탁주와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일각에서는 조만간에 롯데와 농심의 2차전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기업 생리상 중복될 수 있는 사업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연이어 같은 영역에서 형제기업간에 격돌하게 된다면 자칫 일각에서 바라보는 '형제간 반목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