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 무제한…800조원 움직인다
30일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자동이체 시장 격변 예상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주거래 은행 계좌를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30일 오전 9시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 인하 등 혜택을 내세운 서비스 경쟁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들은 다양한 혜택과 선택권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은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융결제원에서 ‘계좌이동서비스 3대 기본원칙’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과 전국 16개 은행장 등 30여명이 참석한다.
이번 계좌이동제는 신한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모두 16개 은행이 참여한다. 다만 이들 은행 각 지점과 인터넷사이트에서의 변경 서비스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된다.
30일부터 시행되는 서비스는 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계좌 변경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조회는 오후 10시까지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각 금융회사에 분산된 자동이체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금융 통합 인프라다. 은행 등 52개 금융사 계좌에 등록된 약 7만개 요금청구 기관에 대한 7억개 자동납부 정보와 은행 간의 약 5000만개 자동송금 정보를 통합해 관리한다.
그동안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려면 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등에 일일이 연락해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해지해야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해지 및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처럼 손쉽게 계좌를 바꿀 수 있어 자동이체 시장에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000만건에 금액은 799조8000억원에 이른다.
800조원대에 이르는 거대 시장을 놓고 은행권의 고객 지키기 혹은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주거래 통장·적금·카드·대출 등으로 꾸려진 주거래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은행들이 소매시장을 기반으로 서로 큰 차이 없이 접근성 위주로 고객을 묶어 두었다면, 앞으로는 서비스와 상품을 묶어 고객을 붙잡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 고객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할 기회가 커진 셈이다.
그러나 ‘우대금리’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상품들이 묶여 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은행을 바꾸면 수수료 면제 같은 우대 혜택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자비용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신요금에서 통신사를 갈아타면 쌓아놓은 포인트를 다 잃는 것처럼 은행을 바꾸면 그간 쌓은 신용 혜택을 단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때 받았던 우대금리 혜택을 토해내야 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이자비용이 상당히 늘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들이 계속 주거래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주거래은행을 선택할 때에는 이를 잘 비교해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원은 “먼저 중기적인 관점에서 거래를 집중하거나 다양화하는 등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고, 계좌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