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비리척결-여성우대로 ‘노무현 Ⅱ’ 만든다

노무현 정권 재 창출 전략-집중분석

2006-04-21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이제 노 대통령의 임기는 약 20개월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마지막 한 해는 사실상 레임 덕의 시간이므로 노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8개월 정도 남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당연히 지금 노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 재 창출이다. 정권을 재 창출하지 못하면 참여정부의 가치가 크게 퇴색될 것은 분명하고 노 대통령의 임기 이후가 불안해질 수 있다. 이러니 당연히 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정권 재창출 구상을 할 것이란 것은 명확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전략이 대강 가닥이 잡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 가운데 중요한 것을 정리해보면서 노 대통령이 어떻게 정권 재창출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전략

현재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31.7%로 나와 있다. 이는 4월 13일 프레시안에 보도된 내용이다. 13일 보도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내용에 따르면 노 대통령 지지도는 2005년 5월 이후 11개월만에 30%대에 올라선 것이다.

사실 원래 노 대통령이 소수파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은 원래 지지율을 제법 잘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2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 낸 세력은 지금의 열린우리당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386,일부 영남 보수 연합세력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일부 진보세력이었다.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정권 창출세력에 포함되는 이유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민주노동당에 표를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생각해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왜 어정쩡한 중도적 입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의 주요 지지층은 중도와 진보세력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소수지만 일부의 보수세력도 노 대통령 지지세력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어정쩡한 중도정부를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중도주의는 2007년 대선과 같은 큰 선거를 생각해 보면 매우 좋은 위치이다. 현실적으로 대중들은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는 중도로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30-40대의 위력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높은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집단을 세대별로 분석해 보면 40대이다. 40대는 투표율이 가장 높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 40대는 실제 생활과 정치의 연관도가 매우 높은 집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교육문제, 부동산 문제 등의 민생정치 사안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40대 다음으로 영향력을 갖는 세대집단은 30대이다. 30대는 인구도 매우 많고 전파력도 매우 크다. 여기서 전파력이란 어떤 의제를 사회 전체의 의제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가령 30대 사회에서 반미주의 바람이 한번 불면 30대들이 주변의 20대들이나 40대들에게 이런 주장을 전하기 때문에 금방 우리 사회에서 반미열풍이 불어 버린다.

그리고 인터넷사회인 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네티즌 군중들 가운데 상당수가 30대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인터넷 공간에서는 주로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많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2007년 대선은 30대와 40대를 잡는자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대개 보수성향이 강한 세대이기 때문에 어차피 열린우리당과 같은 반 보수세력이 50대 이상 세대에서 득표량을 크게 늘리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현재 30대-40대 지지층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세력은 어느 세력일까?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 덕택에 반사이익을 얻어 재미를 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30-40대는 한나라당보다는 반 보수에 가깝다. 한마디로 보수정서와 한국 보수사회 문화 자체가 이들에게는 좀 부담스럽다.

‘장-노년당 한나라’, 30-40대 포용에 한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현재의 40대들이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위 ‘노무현 학습효과’ 때문.

그러나 이는 더 두고봐야 안다. 지난 2002 대선에서도 이런 비슷한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반 DJ심리 때문에 40대들이 한나라당을 선택할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들어맞지 않았다. 2002년에 들어맞지 않았다면 2007년에도 얼마든지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는 40대의 탈 노무현, 탈 열린우리당 현상이 40대가 친 한나라 성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최근의 한나라당 공천비리 문제만 봐도 40대들이 한나라당을 열린우리당의 대안세력이라고 믿을 것이란 것이 잘못된 기대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한나라당은 장-노년당이고 일부 열성 지지층들의 보수성향이 강해서 30-40대들에게 ‘부담’이나 ‘거리감’을 준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근원적 한계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30-40대 유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한나라당은 너무 ‘지저분’하고, 민주노동당은 너무 ‘과격’하며, 열린우리당은 너무 ‘무능’하다.

이런 식으로 구도가 전개되면 한나라당에게는 불리하다. 너무 ‘지저분’하고 50대 이상의 장년 이상 세대 중심으로 당이 운영된다는 인식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면 30-40대들은 열린우리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사람을 교체하면 될 일이지만 ‘늙고 부패한’ 정당을 통째로 뒤엎을 수는 없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중도 고수 전략

이래서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중도를 고수할 것이고 2007년 대선 전략의 기본바탕도 중도일 것이다. 북한 정책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중간을 택할 것이고 경제정책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중간을 택할 것이다. 정치개혁 사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30-40대 유권자 사회에서는 너무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열린우리당은 선택할 수 없고 한나라당은 너무 늙었고 보수색이 강해서 부담스러운 한나라당 대신 그냥 편안한 중도정당을 선택하려는 이들이 지난 2002년 선거에서 이어 다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이 시장을 잡으려는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중도장악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긴 하지만 한나라당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다. 일단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시장 같은 인물들이 30-40대가 원하는 참신한 인상이 아니다. 한마디로 친숙하기는 하지만 참신하지는 않은 인상이란 점이다.

결국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시장은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한다는 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서 차별화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방해하고 나섰다. 미국과의 FTA를 추진함으로서 이슈를 선점해 버린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FTA추진은 한나라당의 허를 찌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가만 살펴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은 중도적 위치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이숙이 기자는 4월 20일 ‘노 대통령은 왜 FTA올인 택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노 대통령이 급격히 친미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시켰다’라고 적고 있다.

강금실 ‘강남 사람 마음 다쳐 죄송’

또한 재미있는 것은 최근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강금실 후보의 발언들이다. 강 후보는 서울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언론과 대립각 세우면 시민이 불안해 한다’라고 발언하기도 하고 ‘강남 분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은 죄송하다’라고 여권 일각을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강금실 후보, 그리고 최근 잠잠한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물론 이들이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들이 ‘장기집권’을 위해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강 후보, 열린우리당은 어차피 민주노동당이나 한나라당으로 가지 않을 고정 표를 갖고 있다. 한-미 FTA를 노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하자 정권 재창출 기반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래도 노 대통령이 자신있게 나서는 것은 ‘고정 표’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주노동당은 비현실적이고 과격해서 싫고, 한나라당은 부패하고 늙어서 싫은 세력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주변에 몰려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들이 있는 한 얼마든지 노 대통령은 안정행보를 계속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정권재창출 첫 번째 카드는 바로 한-미 FTA추진과 같은 보수 안정행보다. 이런 행보를 통해 보수층의 열린우리당 거부감을 줄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두 번째 카드는 비리 척결이다.

최근 현대차는 편법상속 논란 때문에 오너 부자가 1조원을 사회에 출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대차 외에도 다른 대기업들로 비리 수사는 계속 이어질 판이다.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의 타겟으로 삼고 있는 30-40대는 최근의 현대차 수사를 보며 즐거운 마음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부패와 권위주의에 대한 증오가 큰 세대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공천비리 엄단’ 한나라 ‘뜨끔(?)’

한편 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자리에서 ‘지방선거 공천비리 철저단속’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대구 지역 토론회장에서 ‘한나라당이 자정노력을 하는데도 대통령이 공천비리 문제에 부당하게 개입을 하는 것은 야당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측이 의례적으로 보이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노 대통령의 은근한 공격이 적지 않게 신경 쓰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리하면 노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 부패 척결 움직임을 통해 지지세력을 만족시키고 한나라당에 대응해 부패 세력 대 반 부패세력의 구도를 만들어 가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전략 두 번째 카드다.

끝으로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전략 세 번째 카드는 여성우대다. 노 대통령은 한국 최초로 여성 총리를 임명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시장 후보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다. 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들 가운데 여성의 지위를 가장 높여 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한국 유권자 가운데 당연히 절반은 여성이다. 이런 여성들에게 있어 한국 최초의 여성 총리를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과 ‘최연희 성풍’에 허덕인 한나라당은 뚜렷하게 비교될 것이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은 2007년 대선은 한나라당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고 장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우물 안 개구리 식 발상이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내부의 온갖 문제가 ‘너무’ 크고 한나라당의 상대인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영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