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켠 산업활동…경기회복 기대감 번지나

수출이 부진하고 ‘G2(미국·중국) 리스크’는 여전

2015-10-30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세가 뚜렷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비 부문의 약진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지난 5∼6월 푹 꺼진 소매판매가 7월(2.0%), 8월(2.1%), 9월(0.5%)에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이전 추세를 회복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과 추석 연휴가 겹쳐 나타난 효과다.

소비가 탄력을 받은 가운데 생산도 서비스업, 광공업, 건설업 등 전 분야에서 늘었다.

생산의 핵심 부분인 광공업생산은 1.9% 증가했다.

갤럭시노트5 등 휴대전화 신제품이 출시된 영향으로 반도체 생산이 17.2% 늘었고,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을 받은 자동차 생산은 5.0% 증가했다.

8월만 해도 생산이 늘면서 동시에 재고가 쌓이는 모습이었는데, 9월 들어서는 제조업 재고율이 128.1%로 전월(129.5%)보다 떨어졌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재정집행이 확대되고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도 전월보다 4.9% 늘었다.

건설기성이 5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처음이다.

뚜렷한 경기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문의 악화가 계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435억1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3% 줄었다.

 올 들어 9개월 연속 줄어든 수출액은 10월에 더 크게 주저앉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수출액이 사상 최대 실적인 516억 달러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감소폭이 1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수출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수출 BSI는 수출BSI는 80으로 9월(81)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11월 수출전망BSI는 81로, 10월 전망치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부진 등이 투자와 소비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올 12월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확산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화돼 우리나라 수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광공업생산 여건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이런 G2 리스크로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달러 대비 환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10년 유럽재정 위기 수준에 달한 국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나 경기 전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도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미지수인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준협 실장은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데까지 나아가야 회복세가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외적인 충격에 당국이 잘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소비 활성화 대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근태 LG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택 가격의 좋은 분위기와 분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건설 부문이 상승세를 이끌어 경제가 심한 위축에서 벗어났다”면서 “수출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경기 반등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계획한 9조원 이상의 내수 보완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4대 부문 구조 개혁을 가속화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