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장기보유 비금융회사 우선 매각 나선다
금융위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 발표
2016-11-01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KDB산업은행이 장기 보유 중인 비금융회사 91개의 지분을 2018년까지 3년간 집중 매각한다. 또한 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 대상을 중견·예비중견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은행은 창업·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을 보면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산업은행에 대한 금융개혁을 통해 기업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실패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완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우선 산업은행의 출자전환 이후 정상화된 출자전환기업 5곳과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86곳에 대한 지분을 3년간 매각하기로 했다. 투자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어서 신규 투자로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구조조정 기업에서 재부실화가 발생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금융위는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출자전환기업 5곳에는 KAI, 대우조선해양, 한국지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KAI와 대우조선의 지분을 각각 26.75%, 31.46% 가진 최대주주이다. 한국지엠 지분도 17.02% 갖고 있다. 아울러 기업은행의 KT&G 지분(6.93%)과 수출입은행의 성동조선(70.71%)·대선조선(67.27%) 지분도 3년 내 매각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금융위가 산업은행의 보유지분 매각대상 기준을 정상화된 출자전환 기업과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으로 정하면서 집중 매각 검토 대상은 91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5% 이상 출자한 기업은 377곳(출자전환 34곳, 중소·벤처투자 등 343곳)에 장부가 기준 지분 규모가 9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118곳(출자전환 16곳, 중소·벤처투자 등 102곳)에 2조3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의 연도별 매각 실적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산업은행 내에 ‘자회사관리위원회’도 신설해 비금융회사 지분의 취득-관리-매각 전 과정을 관리하고, 퇴직 임직원의 비금융자회사 재취업을 제한하고자 취업심사를 하도록 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역할도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나눠 재조정된다. 창의적이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자 기업은행은 창업·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를 지난해 9조1000억원에 19.8% 비중이던 것을 2018년 15조원에 30.0% 비중으로 늘린다. 산업은행은 대기업 위주이던 지원을 중견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중견·예비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같은 기간 21조6000억원(비중 35%)에서 30조원(50.0%)으로 상향 조정한다. 산업은행은 지원대상 업종도 중후장대 주력산업에서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바꾼다. 미래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액은 2014년 13조5000억원에서 2018년 20조원 이상으로, 기업은행은 29조6000억원에서 3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업무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분야를 선도하거나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기능으로 바꿔 해외채 발행,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소기업 인수합병(M&A), 통일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재편 사모펀드(PEF)에 국한된다. 경기민감·한계업종에 대해선 옥석 가리기를 거쳐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이런 개편방안에 따라 여신심사 및 기업신용평가 부문, 기업구조조정 부문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년 초에 전면적인 조직·인력개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