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넘쳐 난다고?

대학병원들 시신기증 잇따라 보관할 장소 부족?

2007-04-21     이재필 기자
바뀌어 가는 국민들의 시신기증 인식이 시신기증자 증가라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연결 되고 있다. 허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 병원에서는 시신 과포화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대학병원들은 시신을 보관할 저장고가 부족해 늘어나는 시신기증을 감당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허나 지방 대학병원 측은 입장이 다르다. 그들은 1년 치 실습 시신을 마련하기에도 힘이 든다. 그들은 지역 간 시신 양극화를 지적하며 이를 어떠한 법적 장치나 민간적 협력으로 분포시켜 주길 바라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현 시신기증 상태

지난 3월 11일. 개그맨 김형곤 씨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국민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던 김 씨의 사망 소식에 개그맨들은 물론 국민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씨의 가족들은 김 씨가 생전에 죽어서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음을 전하며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의 시신 기증은 아름다운 기증이라고 불리 우며 세간의 주목 속에 기증식을 가졌다.

국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시신 기증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전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3월 한 달을 사랑의 장기기증 등록의 달로 정하고 캠페인을 벌였고 19일 하루에만 3천명의 장기 및 시신기증 등록을 받았다. 공기업까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경우 지역본부에만 벌써 1천명 이상이 등록했다. 밀려드는 신청서를 등록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전하며 국민들의 시신 기증 사례가 늘고 있음을 설명했다.

허나 늘어나는 수요만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소개된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민 모씨.

민 씨는 지난 3월 6일 아버지의 임종을 맞았다. 민 씨 가족은 가족들이 다니던 교회 목사의 “의료인들의 해부실습용 시신이 없어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뒤 안타까운 마음에 1994년에 시신기증을 서약했다.

민 씨가 시신기증의사를 밝히자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사망진단서를 요구했다. 민 씨는 아버지가 다니던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다시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시 연락을 취해 연락이 닿은 시각은 오전 민 씨의 아버지가 임종하고부터 15시간가량이 흐른 뒤였다. 시체는 몰라보게 달라져 가고 있었다.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연결해준 모 병원. 병원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해부실습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시신 반환을 최소한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 씨는 “당황스럽다. 애초에 시신기증 서명을 할 때 그 어떤 설명이나 정보도 듣지 못했다. 이처럼 무성의하게 처리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사전 설명 없이 기증자가족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신을 관리하는 시신기증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박 모씨 역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박 모씨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숨을 거둬 고인의 유언에 따라 한 대학 병원에 시신기증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병원 측은 냉동 창고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박 씨는 “시신기증은 고인의 뜻이었고 좋은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어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시신기증이 현시점에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하며 의아해 했다.

이 대학병원 측은 “냉동 창고가 다 차서 시신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 박 씨의 마음은 고맙게 받겠다. 이번일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신기증 지역 양극화 심각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국민들의 시신기증이 꽤 많이 늘었다. 현재까지 등록된 시신기증 등록자가 20만명 정도 가까이 된다. 이는 과거에 비해 굉장히 늘어난 숫자다.”라고 밝히며 “국민들의 시신기증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허나 “늘어난 공급(시신기증자)만큼 수요(대학병원 측의 필요한 시신양)가 못 따라 주고 있어 냉동 저장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학병원 측에서 거부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신 기증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을 때는) 좋은 뜻을 같고 시신기증을 결정한 유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실습용 시신이 넘쳐나는 것인갗 라고 물은 기자의 질문에 운동본부 측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운동본부는 “2005년 시신기증자 수는 모두 132명이었다. 그중 65%를 차지하는 85명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고 강원도는 1명 대구, 경북은 2명에 그쳤다.”고 전하며 “이는 우리 운동본부만의 비율이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시신 기증의 지역 양극화심화를 지적했다.

실례로 서울의 모 대학병원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받고 있는 시신 기증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의 기증까지 받으면 우리 측 저장고가 모자라다. 그래서 우리 쪽 자체 시신 기증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충북의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시신 기증이 늘었다고 하는데 그걸 몸소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 올해 실습용도 맞추지 못했다.”고 전하며 지역 간 시신 기증 양극화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에 지방의 한 시신기증단체 관계자는 “지방과 수도권의 시신 기증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한시 바삐 개선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고 수도권에서 많이 확보된 실습용 시신을 지방으로 연결 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장치나 민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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