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멍들어 가는 소비경제?

2007-04-21     이재필 기자
서울 시민들과 함께 발전한 남대문 시장.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시장인 만큼 현 내수 경기를 알 수 있는 장소로 남대문 시장 만큼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요즘 남대문 시장은 예전 경기가 활발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대문 상인들은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하며 내수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내수경기회복을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상인들은 대기업의 수출 증가를 놓고 국내 모든 부분 경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일일보에서는 서민들의 실제 경제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매주 재래시장을 선정하여 밀착취재 하는 기획 연재를 준비했다.

언론매체에서 다뤄지는 경제관련 기사는 일반 서민들의 체감에 선뜻 와 닿지 않는 다고 판단한 매일일보은 서민들이 실제 경제생활이 시작되는 재래시장을 알아봄으로서 서민들의 체감 경기상황을 파악한다는 취지하에 이 같은 기획을 하게 되었다.

이번 첫 주를 맞이하여 본지는 한국 제 1의 재래시장으로 손꼽히는 남대문 시장을 밀착 취재했다.

서울 서민들의 체감 경제 지표의 표본 남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은 개설권 주변상가까지 포함해 대지 면적 4만 2225m2, 연건평 9만 7194m2에 총 58개동, 9265개의 점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 이용객이 평균 45~50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바라본 남대문 시장의 모습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가득 붐비는 모습이었다.

통계적으로 나타난 남대문 시장의 유동인구만 보더라도 남대문 시장이 국내 제1의 재래시장임을 그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에 걸맞게 남대문 시장은 국내 제 1의 재래시장을 자부하는 만큼 긴 역사 또한 자랑한다.

1608년 대동미, 포, 전의 출납을 맡아보는 선혜청이 지금의 남창동에 설치됨에 따라 지방의 특산물 등을 매매하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데서 이 시장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남대문 시장은 1922년 경영권이 일본인 소유의 중앙물산주식회사로 넘어가면서 남대문시장이라는 명칭은 말소되고 중앙물산시장으로 이름이 바뀌는 아픔을 겪기도 했었지만 이후 광복을 맞고 6.25전쟁을 겪으며 피난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이곳 남대문에 자리 잡으며 미군의 군용 원조물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남대문 시장은 1963년 남대문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지금의 남대문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한국의 역사와 같이 한 남대문 시장은 현재 각종 의류를 비롯하여 섬유제품, 주방용품, 가전제품, 민예품, 토산품, 농수산물, 각종 식품, 일용잡화 및 수입상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그중 의류상품이 주요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경쟁력이 뛰어나 남대문 의류를 찾는 고객은 국내 소매상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미국은 물론 유럽에까지 퍼져 있다. 또한 아동복의 경우는 아동복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각 점포는 소규모이지만 각각 상품을 직접 생산, 판매하는 독립적인 기업체로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직접 연결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비용만큼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남대문은 많은 서울 서민들과 시대를 같이한 장소이다. 이 시장은 서민들의 체온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경제 구역이다. 기자는 이곳 남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현 체감 경기상황을 한번 알아봤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점점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나 이에 남대문 상인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남대문 상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번 알아보자.

남대문 시장에서 수입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김 모씨=남대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죠. (기자가 바라봤을 때 남대문의 유동인구는 굉장히 많아 보였다. 이것이 줄어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줄었어. 확 줄었어. 예전에는 걸어 다니기 힘들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어요.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쉽사리 지갑 또한 열지 않아요.

음식장사를 20년째 하고 있는 박 모씨=사람들이 경기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여기 있는 남대문 상인들 생각은 아마 거의 다 나와 같을 거야. 경기가 나아졌다 하는데 그건 기업 얘기겠지. 실제 우리 같은 서민들은 요즘 내수경기가 좋아졌다고 하는 게 뭘 보고 좋아졌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12년 째 신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저는 이곳에서 신발을 판매할 때 ‘참여정부에 걸맞게 참여해서 신발 사세요’라고 멘트를 해요. 제가 이 멘트를 하는 이유는 물론 재미있으라고 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꼬는 거예요. 이 시장에 참여해서 뭔가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는 윗분들을 본적이 없어요. 내가 여기서 장사 10년 째 하지만 그 누구하나 왔다가 가는 걸 본적이 없어요. 말만 재래시장 육성이다 외치고 너무 안일한 거 아닌가요.

어묵 장사를 하는 이 모씨=아 요즘 힘들어 죽겠어요. 나아 졌다고는 말만 들었지 뭔가 몸으로 느껴본 게 없네요. 제가 봤을 때 나아졌다고 하는 건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업들 얘기인 것 같아요. 그걸 가지고 나아지네, 잘됐네 하면 안되죠. 정작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은 몸으로 느끼질 못하잖아요. 요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

식품 도소매를 운영 중인 김 모씨=요즘 도매든 소매든 예전과 별 다를 것 없어. 팔리지 않아. 요즘 사람들 뭘 먹고 사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안 먹어서야(식료품) 어떻게 살아. 그래도 나는 장사라도 하고 있지 나랑 거래하던 소매상들 여럿 망했어. 경기가 나아진다고 하니까 해보자 하고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결국 나가 떨어졌지.

찐 옥수수를 판매하고 있는 할머니=나야 뭐 아나. 난 잘 몰라. 그냥 근근이 먹고 살 뿐이지. 근데 내 아들이 힘들다고 하기는 해. 내 아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일도 별로 없고 힘들다고 그러네.

꽃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글쎄요. 전 (경기가)나아진 건 잘 모르겠어요. 작년 하고 별 다른걸 못 느끼겠거든요. 제가 봤을 때 경기가 나아졌다고 하는 건 기업들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삼성도 그렇고 현대도 그렇고 요즘 수출 많이 하잖아요. 대기업의 수출이 늘었다고 우리들까지 좋아지는 건 아니죠. 영향이 아주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뭐 그다지 나아진 건 없다고 보고 있어요.

이렇듯 남대문 시장의 상인들 대부분은 현 경기상태를 그다지 나아졌다거나 앞으로 좋아 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견해 보다는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더 많았다.

요즘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경제 낙관론이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납득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곳 남대문 상인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서민들이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정책이 필요함을 지적하며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들의 단발 인기성 발언이나 행동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행동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재래시장 육성 정책시급

남대문 시장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서울 남대문 주식회사(이하 서남주)’. 서남주 역시 상인들의 경제 비관론을 인정했다.

서남주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는 평균적으로 좋아진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상인들이 겪는 실체 체감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뒷받침 했다.

관계자는 작년에 시행된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상인단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시장을 굳이 상인단을 결성해야만 자금 융통을 해주는 등 도무지 실효성이 없다. 당연히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밝히며 현실성 없이 무책임하게 법으로 지정해 놓기만 한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기자의 ‘그럼 어떠한 지원을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여건에 맞는 지원을 바란다. 재래시장 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현실성 없는 정책만 내놓지 말고 대형 유통 할인점의 빛에 가려진 재래시장 서민들을 살릴 수 있는 그런 여건에 맞는 정책을 바란다.”
고 전하며 “대형 유통 할인점의 개설 허가를 내줄 때 주변 상인들의 여건을 고려 할 것, 대형 유통 할인점에 가려져 있는 영세 상인들을 보호 해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만들 것, 까르푸와 같은 무분별한 해외 유통 업체의 진출을 막을 것.”을 주장했다.

정부가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경제 시장은 이곳 남대문 상인들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예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음을 기자는 이번 남대문 취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라는 정부의 발표는 수출이 늘어난 일부 대기업만의 상황일 뿐 이것이 국내 전반의 상황일 수는 없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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