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금리 올려도 韓 대응능력 충분”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국회 제출…“유출자금 규모는 과거보다 클 수도”
2016-11-03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한국은행은 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에 대규모로 유출되고 그에 따라 금융불안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이는 신흥시장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외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데다 양자간, 다자간 통화스왑 확대 등으로 금융안전망이 확충되면서 유사시 자금유출에 대한 신흥시장국의 대응능력이 상당히 강화됐다는 데 근거한다”고 설명했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한 데다 기초 경제여건이 여타 신흥시장국 수준을 비교적 크게 상회하는 등 대응능력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994년 2월∼1995년 2월, 1999년 6월∼2000년 5월, 2004년 6월∼2006년 6월 등 3차례 금리를 인상했을 때와 비교해 한국의 경제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경상수지는 과거 인상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4∼1.9%를 기록했지만 2010∼2014년에는 평균 4.1%로 높아졌다.외화부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1990년대에는 26.3∼28.3% 수준에 그쳤으나 2009∼2013년에는 79.7%까지 올랐다.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명목 GDP 대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액 비율도 1990년대 0.9%에서 2010년대 0.6%로 크게 낮아졌다.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안정성을 유형별로 따져봐도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상대적으로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채권자금 비중이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 20%대 초반에서 올해 2분기는 29.6%로 높아졌다.반면에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은 차입금 비중은 1990년대 중반 60% 내외에서 올해 2분기 19.3%로 낮아졌다.게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가 높아진 것도 유리한 환경으로 꼽힌다.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화 유출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일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대응능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이어“"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정책과 별도로 시장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유출가능 자금 규모는 과거보다 훨씬 클 소지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 잔액은 작년 말 7287억 달러로 직전 금리 인상 시점인 2004년 6월 말(2543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보고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유사시 위험회피 성향이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