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속 깊어지는 수출 부진…4분기도?

수출 하락세 진정국면이지만 반등 모멘텀 찾기 어려워

2016-11-04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원자재 수입이 줄며 나타난 ‘불황형 흑자’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4분기에도 수출 경기는 저조할 것으로 보이나 수출경기 하락세는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다.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록중인 흑자가 수출 부진 속에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 양상은 심화되는 분위기다.올 9월 경상수지는 1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나타내면서 연속 흑자기록을 43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이것이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지난 2일 한국은행의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상품수출은 45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8%나 감소했다. 다행히 상품수입이 33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2%나 급감하면서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불황형 흑자는 원화가치를 올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미친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의 교역 적자국으로부터 원화 평가절상 압박을 받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수출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셈이다.결국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되기 전에 적절한 흑자관리와 함께 수출 성적이 향후 성장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이 가운데 올 4분기 수출 경기는 여전히 저조할 것으로 보이나 이 부문 하락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15년 3분기 수출 실적 평가 및 4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수출선행지수가 전기보다 상승해 4분기 수출감소율은 9% 내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출액은 1283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 이어 4분기에는 수출감소율이 3분기보다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연구소는 그 근거로 수출선행지수가 4분기 115.2로 3분기(111.1)보다 3.7% 오른 점을 들었다.수출선행지수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원자재 수입액·산업별 수주 현황·환율 등 변수들을 종합해 수출증감 정도를 예측하도록 만든 것으로, 2010년을 기준(100)으로 삼아 비교한다.지난해 4분기 122.9이던 수출선행지수는 올해 1분기 116.5, 2분기에 110.2로 떨어졌다가 3∼4분기를 거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대비 하락폭도 2분기 9.2%에서 3분기 8.3%, 4분기 6.2% 등으로 점차 줄고 있다.수은 관계자는 “미국·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회복력은 크지 않으나 유로존의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그러나 수출에 선행하는 수출용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과 연말 성수기 영향 등으로 수출 감소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좀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중에도 국내 수출경기의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국내 수출 부진을 주도하고 있는 조선, 석유화학, 철강, 기계업종 등의 수출 부진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중국 경기 부진,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가가 이란발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당분간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