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전자’, 불패신화 흔들리나

1.4분기 영업실적 저조-반도체, 휴대폰 직격탄 맞아

2006-04-24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불패신화’ 삼성전자의 위상에 이상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1.4 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분기만에 2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부진은 사업 전 부문에서 나타났지만 특히 주력인 반도체와 정보통신 (휴대폰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측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과 LCD 패널 실적의 하락, 이에 원화 강세까지 겹친 것이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올 2.4분기 내에는 실적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자기자본 이익률이 이미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매출 역시 2005년부터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라는 상황 외에도 이익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연구와 설비투자 등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 부문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또 그동안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고가 휴대폰 전략 또한 무섭게 밀려오는 ‘저가폰’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업계의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어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올 1.4분기에 매출 13조 9천600억원, 영업이익 1조 6천100억원, 순이익 1조 8천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밖에 늘지 않은 것이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천500억원 보다 25%나 떨어졌다. 규모 역시 2004년 4.4분기 1조 5천300억원 이후 최저치였다.

순이익(지난해 1조 5000억원)은 지분평가법(4천200억원 이익)덕분에 25%가량 증가한 1조8천8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시장에 적잖은 실망을 가져다 줬고 증권가에서는 제각각 전망을 내놓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 측에서는 올 2.4분기내에 실적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에선 3.4분기에나 영업이익 2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점쳤다.

주력 반도체 부문,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 수요 부진’

삼성전자는 실적부진의 원인을 주력부문인 반도체와 LCD 패널 실적 하락, 환율 하락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부문은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과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31% 급감했고, 영업이익률도 6% 하락했다.

메모리와 시스템LSI 분야 모두 매출이 각각 15%, 13% 줄어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 도 전분기보다 15%나 감소했다.

다만 D램의 경우 DDR2의 수요가 증가했고 2분기에는 생산비중도 증가해 D램 분야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내다봤다.

LCD 부문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무려 73%나 떨어졌고, 영업 이익률도 전기 13%보다 크게 낮아진 4%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요가 부진한 것이 실적 부진의 더 큰 요인이었고, 패널 가격 하락폭 또한 예상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삼성 프리미엄 휴대폰 ‘저가폰 공세에 휘청’

정보통신 분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휴대폰은 분기 사상 최대인 2천900만대가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환율과 단말기 값의 하락으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든 4조5천900억원, 영업이익은 45%나 감소한 4천6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휴대폰 부문의 실적 하락은 최근 시장의 판도가 저가폰의 공세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저가폰이 휴대전화 업계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과 인도 등에서 팔린 60달러 이하 저가 휴대폰이 업계의 실적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저가폰이 휴대폰 업계의 실적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 얼마 전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를 들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부진에는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휴대전화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부분적으로 원인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잘 알려진대로 삼성전자는 고가 휴대전화로 시장을 집중 공략해 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에는 휴대전화 부품이 수백 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수십 개로 줄어 저가 휴대전화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 1, 2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 역시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2년 전부터 저가 휴대전화 판매에 나서기 시작해 현재 인도와 중국 등의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 ‘우려할 수준 아냐’ VS 업계 ‘경영환경 개선 어려워’

삼성전자는 2분기 본격적인 신규 프리미엄 휴대폰 출시, 낸드플래시의 가격 안정, LCD 의 수요 증가 등으로 2.4분기가 ‘턴 어라운드’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듀얼코어 노트북 PC의 증가와 함께 메모리 고용량화가 나타나고 있어 D램 수요가 강하고, 낸드플래시 역시 6, 8기가바이트급 고용량 퍼스널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와 MP3플레이어가 본격 출시되고 있는 것에 힘입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휴대폰 부문에서도 2.4분기에 200만 화소 이상의 고기능 슬림폰을 비롯해 3세대(G)인 WCDMA폰과 HSDPA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LCD 부문 역시, 2분기에는 패널 가격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모든 패널의 판매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독일월드컵 특수로 TV용 패널 판매가 1분기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의 분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일단 휴대폰 부문이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이미 ‘레드 오션’ 시장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높고, 휴대폰이 일상 생활용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폰’의 판매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가 그동안 추구해온 ‘프리미엄 전략’이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

더욱이 휴대폰 특성상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제품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생산 원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업계는 또 반도체 분야 역시 낸드플래시의 계절적 비수기가 상반기 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반도체와 LCD 부문은 이익 창출과 별개로 계속해서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는 지난해 5조6천300억원, 올해 6조3천300억원에 이른다.

LCD는 2년 간 5조2천400억원의 설비투자가 계획돼 있다. LCD 부문의 이익 급락과 관계없이 삼성전자는 이미 소니와 합작으로 2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8세대 생산라인 건설을 결정했다.

또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 현지법인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2억2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비용 또한 2004년 2조6천874억원, 2005년 3조1천332억원, 올해 1분기 8천4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첨단산업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당연한 투자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고수익 부문을 찾아야 하는 부담 또한 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가 또한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1.4분기 못지 않게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하락이 여전한 데다 낸드플래시의 계절적 비수기 또한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4분기안에 실적 저점을 통과,3.4분기부터 영업이익 2조원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기존의 '매수', 760,000원을 유지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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