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明-朴-孫-鄭 ‘용’들의 전쟁 막올라

2007 대선주자 ‘빅5’ 주사위는 던져졌다

2006-04-24     홍세기 기자
정동영 ‘노인폄하’ 멍에 벗고 ‘노인복지’ 나서나?
박근혜 ‘이불 속에서 웃고 당에 나와 우는 사연’

[매일일보= 홍세기 기자] 2007년 대선을 1년 7개월 여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 ‘빅5’로 분류되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고건 전 총리,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은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방어막을 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각 후보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두 차례 잡음을 냈지만 5.31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가속화될 대선 레이스에 저마다 심기일전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는 23.7%로, 21.1%의 이명박 시장, 19.3%의 박근혜 대표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4위인 정동영 의장은 두 자리를 회복했고, 그 뒤를 김근태, 손학규, 권영길, 유시민 등이 이었다.

고 전 총리와 이 시장의 선호도는 지난 1월말보다 낮아진 반면 지방선거를 이끌고 있는 박 대표와 정 의장, 손 지사는 오름세를 보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점화된 대선 주자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권 주자 ‘빅’5 주거니 받거니

정동영 의장은 열린 우리당 내에서 가장 먼저 대선 주자로 치고 나오며 한 치의 틈도 없이 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오죽하면 정 의장은 얼마 전 골프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해찬 전 총리(사실 이 전 총리도 얼마전까지는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하나였음에도) 진퇴의 키를 쥐고 흔들었다는 말이 들리 정도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정 의장의 정치적 입지 또한 안정적이지는 않다고 분석한다.

곧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청와대까지 설득해 선거에 '올인'한 정 의장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

친노직계의 잠재적 반발도 그를 옥죄고 있다. 비로소 본격적인 대권후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런가하면 여권 내 대선 주자 가운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고건 전 총리다.

아직까지 고 전 총리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은 탓에 일각에서는 그를 ‘세월 낚는 강태공’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상 열린 우리당 내에서도 지난달 12일 정 의장과의 회동에서 연대 제의 및 지방선거 합류를 거부한 고 전 총리를 두고 ‘고고한 척, 몸 사리기만 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끈질긴 영입작전을 펼쳤지만 번번이 외면 받다 보니 우리당 내 고 전 총리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 3월15일에는 우리당 초선의원 27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 전 총리의 무임승차를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비난까지 감행하기도.

물론 우리당이 자기들 혼자 북 치고 장구치는 모습에 고 전 총리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 뿐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강력한 대선 주자 이명박 시장은 최근 ‘무료 테니스 파문’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한 차례 수난을 맞았다.

남산 실내테니스장 사용료 수 천 만원을 부담하지 않은 것뿐 아니라 특정 인사가 이를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까지 일어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문 수준으로 번질까 골머리를 앓았다.

간신히 조금 가라앉는가 싶었던 테니스 파문은 이 시장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던 인물과 별장파티까지 벌였다는 우리당 나름의 ‘경악할 수준’의 발표 이후 또 한 차례 논란을 가져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논란이 이 시장에게도 타격이었지만 엄청난 대어(?)라고 생각하며 ‘별장파티’를 터트렸던 우리당 역시 비난을 받았다는 사실.

한나라당 측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물론, 우리당 정 의장까지도 이 사건을 ‘경악할 수준의 것’이라고 했던 김한길 대표의 표현이 지나쳤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한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역시 고민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다.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을 한 차례 치르고 한 숨 돌리는 가 싶었더니 이어 이 시장의 테니스 파문, 그리고 최근 공천잡음까지 연달아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북한에서 박 대표를 비방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재돼 심기를 불편하게 만만들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소속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알려진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한나라당 박살내자’라는 제목의 풍자시에서 ‘유신의 창녀’ 등이라는 심각한 표현까지 써가며 박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듯 애써 모른척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속이 타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내 또 하나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그동안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국민적 관심을 덜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지율 역시 이 시장과 큰 차이를 보이며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손 지사가 이에 연연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조용히 경기지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별다른 잡음을 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 지사는 특히 올해 들어 그간 주력해온 경기도 외자 유치를 위한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유럽 등지를 발로 뛰며 MOU(양해각서)체결 및 투자유치를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5 심기일전 ‘2007 전쟁의 막은 올랐다’

이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 한 두 차례 잡음과 소동을 겪은 대선주자 ‘빅5’.

이들은 5.31 지방 선거 이후로 본격적으로 점화될 2007 대선 레이스를 위해 이제 심기일전, 전시태세에 들어갔다.

▲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먼저 정 의장은 스스로 ‘자신의 멍에'라고 표현한 2004년 총선 당시의 ’노인폄하‘ 발언을 벗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열렸던 ‘관훈토론’ 기조발제문에서 정 의장은 특히 노인계층의 복지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소득창출효과가 높은 보건복지, 교육, 환경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확대, 차상위계층과 어르신,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충을 적극 추진하겠다” 면서 “특히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하고 능력과 경험이 풍부하신 어르신들의 일자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작년에 65세 이상 어르신 중 약 12% 52만명이 일자리를 원하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노인복지회관(106개소), 대한노인회(248개소) 등 전국단위 어르신 조직과 연계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어르신 일자리 추진체계를 운영하겠다” 고 밝혔다.

▲ 고건 전 총리-
고 전 총리는 여전히 ‘고고한 학’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일 듯 말 듯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고 전 총리는 한 인터넷 언론 기자와 만나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랬듯이 5.31 지방 선거에 정치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 는 뜻을 나타내면서도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한참 됐지마) 나름대로 꽤 바쁘다”고 언급해 차기 대권을 향한 조용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음을 돌려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지금까지 대선출마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사람이 누가 있느냐” 면서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김덕봉 전 국무총리비서실 수석은 “출마선언의 시기는 아무래도 지방선거 이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요즘 고 전 총리는 브레인역을 하는 ‘미래와 경제’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을 만나 정치에 관한 다양한 조언을 듣고 있다” 고 설명했다.

▲ 이명박 서울 시장-
그런가하면 이 시장은 자신에게 쏠렸던 화살이 ‘경악할 만하게’ 거꾸로 우리당, 정확히 말하면 김한길 의원 측에 돌아가면서 운 좋게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은 그간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별장 파티’ 의혹을 제기했던 안민석 우리당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지난 18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김한길 우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공작정치 근절을 위한 3대 조치'를 마련, 이날 중 ▷공작정치진상조사단을 발족하는 한편 ▷폭로내용을 72시간 내 사실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허위사실 폭로자를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정치공작금지법'을 제출했다.

정병국 홍보위원장은 "국민이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했던 모임이 일반적 모임으로 밝혀진 만큼 앞으로 열린우리당의 색깔은 노란색도 보라색도 아닌 흑색"이라며 "열심히 공작한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제 떠나야 할 때"라고 비난했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이번 사건은 여당의 저급한 여성비하 의식이 깔려 있다"며 "여당 여성의원들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의 별장 파티에 참석했던 여성 테니스동호인들 또한 의혹을 제기한 우리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대표는 아직 대선주자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최종 목표 역시 ‘청와대 입성’이지 않겠느냐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흘러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현재 이 시장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황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이는 당의 대표로서 뿐이 아닌 또 다른 대선 라이벌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추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도 청계천 개통 등으로 눈에 띄는 인기를 얻었던 이 시장의 행보가 박 대표 개인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는 것.

즉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꿈에 다가가기도 전에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뽑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장은 경선에서 떨어진다 해도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갈 수 있다지만 명색이 당의 대표인 박 대표야 그럴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때문에 박 대표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하지만 이 시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이 시장에게 ‘황제 테니스 파문’ 이 터졌으니 박 대표 입장에서는 일이 묘하게 돌아간 것이다.

당 입장에서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지만 박 대표에게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

오죽하면 인터넷에서는 “박 대표가 이불 속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당에 와서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물론 박 대표의 진짜 속내야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일각의 지배적 시각처럼 박 대표의 목표가 대권이라면 바로 지금이 박 대표에게는 심기일전하고 판을 가를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한명숙 신임 총리, 강금실 서울 시장 후보 등 박 대표와 비슷한 급의 여성 정치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역시 박 대표가 풀어가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 손학규 경지도지사-
한편 손학규 경기지사는 그동안 고수해온 경기도 발전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정치적 발걸음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손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마의 2% 벽을 넘어서며 조심스럽게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오차범위 내의 변화이기 때문에 여전히 판세를 엎을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답보상태였던 지지율에 변화가 생긴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변화의 뒤에는 손 지사가 유럽 순회 방문 등을 통해 2천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한 것과 또 첨단 기업 100개를 유치한 기념으로 팀의 100번째 골을 넣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를 만난 것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 파주 영어 마을 역시 이 시장의 청계천 개통에 견줄만한 프로젝트로 떠올랐다.

더욱이 공천비리로 잡음이 불거진 박 대표와 황제테니스 파문의 이 시장 사이에서 손 지사의 정책 성공들이 더욱 돋보이고 있으니 손 지사로서는 호재가 겹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지사는 지난달 일본과 중국을 방문해 신사참배,고구려사 등 양국 간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급하는 등 정치적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3월 24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현명치 못한 행동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짓밟는 결과가 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리장춘중국공산당 상무위원과 보시라이 상무부장 등 중국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는 "(고구려사와 관련해)중국 당국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부탁드린다"라고 주문했다.

2006년 봄, 바야흐로 대선 주자들의 본격적 전쟁은 시작됐다.

후보마다 제각기 맞닥뜨린 다양한 상황에서 과연 최종적으로 살아남아 ‘대권’의 꿈을 이룰 사람은 누구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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