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차명계좌 면세점 발목 잡나

금융당국 제재 조치 검토..경영투명성 저하

2015-11-0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 보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오는 14일 시내면세점 발표에 이 같은 탈세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9일 세정당국과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6일 임직원 명의로 되어 있던 계열사 차명주식 37만9733주를 이명희 회장 실명주식으로 전환했다. 해당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830억원대이다.이번 차명계좌 주식은 지난 8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이마트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 도중 신세계그룹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차명 주식을 무더기로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후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 실시해 지난 4일 마무리했다.신세계 측은 해당 주식에 대해 “20~30년 전 당시 관행적으로 경영권 방어 차원의 명의신탁 주식 중 남아 있던 일부”라며 “이번 실명 전환으로 남아있는 차명주식은 단 1주도 없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그간 일관되게 해당 의혹을 부인하던 신세계가 국세청 세무조사가 종료됨에 따라 자인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증여세 공소시효인 15년도 지났고 해당 사안에 대해 국세청이 이미 과세를 실시해 재과세가 힘들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원(회계사)은 “이번에 실명 전환된 주식은 지난 2006년 한 차례 적발 당시의 것으로 증여세 및 탈세 관련 과세가 이뤄졌다”며 “국세청이 일사부재리 사항 때문에 해당 건에 대해 과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신세계 관계자 역시 “국세청 세무조사가 종료돼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는 공시를 냈다”며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이라 관련 입장을 표명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다만 오는 14일 예정된 면세점 입찰 심사에서 이번 탈세행위가 기업의 도덕성 부재로 비춰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 주식 보유 과정에서 배당금을 포함한 자금 흐름이 오너일가로 흘러가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배당금 금액 자체가 너무 적은 수준이라 비자금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신세계 차명주식 보유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금감원은 신세계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허위 기재를 비롯해 대량보유신고의무(지분 5% 룰), 임원과 주요주주 특정 증권 소유 상황보고 의무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아 처벌이 불가피하다.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국감에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차명주식 의혹과 관련 공시위반 문제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또한 지난해 개정된 금융실명법에 의하면 불법 재산의 은닉, 자금 세탁, 공중 협박자금 조달·강제 면탈 행위, 그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 금융거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