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서울시장 탄생!

서울시장 선거 가상시나리오

2006-04-28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여성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강금실 서울시장이 탄생함으로서 한국 정계는 첫 여성 총리인 한명숙 총리와 야당 대표인 박근혜 대표를 합친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인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저녁 9시 종합뉴스의 앵커는 강금실 서울시장 탄생 소식을 웃는 표정으로 전하고 있었다.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한편 이명박 시장의 표정 역시 어두웠다. 이명박 시장은 오세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했다. 오세훈 후보의 음성 역시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답답한 사람 같으니….

이명박 시장은 답답했지만 뭐라 딱히 꺼낼 말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이명박 시장은 주먹을 한번 불끈 쥐어 보였다. 어떤 악조건이라도 뚫고 나갈 자신이 있었다.


‘강금실 후보의 승리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예, 강금실 후보의 최대 승리원인은 다름 아닌 2002년 대선에서 나타났던 국민 참여의 정신을 잘 이어받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방송국 앵커의 질문에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기자의 답변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보통 지방선거의 경우 20대,30대의 투표율이 낮은데 이번 선거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나섰습니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습니다.’

‘젊은 유권자들이 왜 나선 것일까요?’

‘이는 강금실 후보 캠프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 후보 캠프에서는 철저하게 이번 선거전략에 ’재미‘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자발적 지지자들의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고 역시 자발적 지지자들이 다양한 정보통신수단을 이용해서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 낸 것이 제대로 먹혔습니다.’

‘사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낮았는데 젊은 유권자들이 열성적으로 나섰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안되는데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예, 그래서 이변이라는 것입니다. 당초 강금실 후보 측에서는 원래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있는데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워낙 낮은 상황에 있어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딱딱한 선거 대신 부드럽고 재미있는 선거로 선거전의 컨셉을 잡았다고 합니다.’

‘부드럽고 재미있는 선거요?’

‘예. 강금실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기본 이미지 대신 새로운 자신만의 이미지를 연출해 보였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취약지였던 강남-서초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을 완화시켜 줄 것을 약속하고 강남 주민을 비롯한 서울시내의 부유한 시민들이 열린우리당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소위 반 강남정서에 대한 해결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강남 주민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는 정서와 당당히 싸우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예.’

‘또 강금실 후보는 해외에 「신 서울」을 건설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예, 「신 서울」공약.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이제 강금실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었으니 중국에 또 다른 서울이 들어서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강금실 후보는 선거 후반 완전히 전세를 뒤집는 파격적인 선거공약을 내걸었는데 그것이 신 서울 건설공약입니다. 예전 2002 대선의 노무현 후보가 내건 수도이전 공약 못지 않은 엄청난 공약입니다. 이 공약의 골자는 중국 측의 토지투자와 서울시 자금, 서울시가 유치한 기업자금을 합쳐 중국에 거대한 또 하나의 서울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에 「서울」이란 이름의 거대한 계획기업도시가 건설되는 것이지요.’

‘청계천 복원과는 비교도 안될 참으로 거대한 프로젝트 아니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 발표 때문에 선거전 사이에 말이 많았습니다. 즉각 한나라당에서는 말도 안되는 허황된 계획이라며 비판을 퍼부었습니다만 유권자들은 강금실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신 서울」건설, 강금실 후보는 선거 막판 오세훈 후보를 상당히 따라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금실 후보 캠프에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들어옴으로서 신 서울 건설 프로젝트가 발표되게 된 것이다. 신 서울 건설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로 열린우리당지지 정치 칼럼사이트에 글을 쓰는 어느 네티즌이었다.

한나라당의 허를 완전히 찌른 신 서울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설명해보자. 신 서울 건설 프로젝트란 서울시의 투자금과 서울시가 끌어들인 기업의 투자금, 중국 정부의 투자금을 합쳐 중국 본토 내에 제 2의 서울을 건설한다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중국은 방대한 크기의 토지를 내놓고 서울시는 도시 설계와 경영,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담당하며 서울시가 끌어들인 기업은 신 서울 건설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대신 신 서울을 기업도시화한다는 것이다.

강금실 후보 측이 신 서울 건설 프로젝트를 들고 나온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서울시는 이미 개발될 만큼 개발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시민들을 자극할만한 아이템이 없었고 행정도시 건설 문제 때문에 서울시민들 가운데 열린우리당 후보를 혐오하는 움직임이 강해서 강 후보 측은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금실 후보 측은 과감하게 엄청난 카드를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그것이 신 서울 건설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중국에 거대한 크기의 새로운 서울이 건설되고 그 새로운 서울이 서울시민들의 소유가 된다는 사실은 많은 서울시민들을 설레게 하는데 충분했다. 특히 ‘신 서울’의 강북 지분이 강남-서초의 지분보다 월등히 컸기 때문에 강북 주민들의 신 서울 건설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클 수 밖에 없었다.

신 서울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난 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측에서는 서울시가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는 둥, 계획의 현실성이 없다는 둥 반격을 하고 나섰지만 이미 거대한 이슈를 강금실 후보 측이 선점한 뒤였다. 그래서 오세훈 후보 측은 강금실 후보에게 추월 당하고 결국 패배하고 만 것이다. 한나라당의 본질적 고질병인 자만심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세훈 후보의 패배 원인을 우선 분석해 보면 오세훈 후보 측과 한나라당이 내세운 선거 구도 전략이 맞지 않았던 것부터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를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 심판이란 구도 아래 치르려고 했으나 오세훈 후보는 그것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오세훈 후보와 강금실 후보 간 인물대결로 치르려 했다. 오세훈 후보는 여론조사에게 그만큼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오세훈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였고 결국 그로 인해 호남 표심이 강금실 후보에게 결집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DJ 정권의 비리 문제 때문에 침묵했던 호남 표심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일제히 결집해 강금실 후보에게 쏠렸다.

서울 전체 유권자 가운데 25% 이상인 호남 표심의 이런 결집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이변’을 창출하는데 있어 든든한 바탕이 되었다. 호남 표심은 민주당 박주선 후보를 철저히 버렸다.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게 철저히 붙은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2007년 대선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호남 표심은 바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엄청난 결속으로 나타났고 이런 호남 결합 정서는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나타나 한나라당 후보들을 크게 고전시켰다.

이렇게 호남 표심이 결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금실 후보의 ‘눈물’이 크게 주효하기도 했다. 강금실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전이 한창이던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묘역을 찾고 눈물을 흘려 호남 표심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는 강금실 후보가 광주 민주화운동 묘역을 찾고 난 뒤에야 허둥지둥 광주 민주화운동 묘역을 찾아 호남 유권자들에게 빈축을 샀다.


그리고 강금실 후보는 ‘신 서울 프로젝트’ 외에도 강북 서민들을 위한 고용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릴 것을 공약했다. 이런 발표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지 유권자들이 대거 이른바 전략적 지지로 선회했다. 한마디로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금실 후보 지지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의 결집과 ‘강사모’로 부활한 노사모의 활발한 움직임, 적절한 순간에 나온 복지 강화공약 덕택에 열린우리당의 기본 전술인 ‘반 한나라 연합’이 다시 이루어졌다. ‘반 한나라 연합’이 이루어짐으로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정리하면 한나라당이 당연히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서울시장 경선에서 패배한 원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① 한나라당은 처음 강금실 후보를 알맹이 없는 이미지 뿐인 후보로 비하했으나 강금실 후보는 대중의 마음을 잡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아 선거에서 승리했다. 오세훈 후보는 너무 평이한 공약들만 내놓거나 대중의 필요와 거리가 있는 공약들만 내놓아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② 강금실 후보는 거대한 자발적 지지세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오세훈 후보는 그것에 실패했다. 근본적으로 한나라당과 오세훈 후보는 대중의 가슴에 감동을 주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중도-진보진영과 강금실 후보가 나름대로 철학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였던 반면, 한나라당은 늙고 낡았으며 지저분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세가 모이지 못했다.

③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오세훈 후보 측과 한나라당의 자만이었다. 오세훈 후보 측은 높은 여론조사 수치를 맹신했고 한나라당은 박풍이 다시 불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호남 표심의 결집과 2002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2030 젊은이들의 결집, 강금실 후보 측이 내놓은 대형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진 부동층의 강금실 후보 선택으로 오세훈 후보와 한나라당은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


지방선거 다음날, 서울을 내준 한나라당 당사는 그야말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박근혜 대표는 다른 지역의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이 패배했다고 시인하고 대표직 사임의사를 밝혔다.

한편 서울을 손에 넣은 열린우리당 측은 타 지역들의 패배를 생각해 애써 기쁜 표정을 감추면서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평했다. 또한 2007년 대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가졌다. 열린우리당 측이 생각할 때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구제불능의 한심한 집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