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감 증폭에 韓경제 영향은
세계경제 불균형 상황 속 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도 위험요인
2016-11-12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기 회복 신호가 속속 감지되고 있지만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들은 비상신호가 걸렸다.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세계경제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계속되기 때문이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승승장구하는 미국 경제와 달리, 전 세계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증폭되고 있다.우선 7∼8월 증시 폭락으로 충격을 받았던 중국의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6.9%로 6년만에 처음으로 7% 아래로 떨어진데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올 3월부터 국채 매입 등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친 유럽도 저(低) 인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0%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마이너스에서 간신히 상승한 것이다.일본의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2년 집권 시기부터 아베노믹스를 천명하며 엔화 약세(엔저) 정책을 펼쳐왔지만, 수출과 내수 소비 모두 얼어붙으면서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일본의 올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3%로 집계됐다.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경기침체에 빠져들면서 올해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통화 순위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의 통화가치는 연초 대비 20.69% 하락했다.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17.37%, 콜롬비아 페소는 16.48% 각각 떨어져 모두 15%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남아프리카 공화국 란드화와 터키의 리라화 가치도 각각 13.88%, 12.42%씩 내렸다.여기에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이탈도 이미 가시화됐다.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신흥국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유출 규모는 570억 달러로, 작년 285억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주식·채권시장에서의 자금유출 규모는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글로벌 경제 불균형 상황으로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인 나라는 한국이다.우선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위험 요인이다.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무려 25%에 달하고 중국에 진출하거나 투자한 국내 기업의 수도 많다.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2015∼2017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GDP의 절반을 중국 등 신흥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가 가속화되면 한국 GDP 성장률은 연간 2.5%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주식시장이 요동칠 위험성도 높다.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한국에서는 20조원이 넘는 금액이 빠져나갔다.한국은행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2004년 5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주식시장에서 유출된 자금규모가 175억2000달러(약 20조2000억원)에 달했다.또 연준이 1994년과 1999년, 2004년에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한국의 주가는 10∼20% 하락했다. 같은 시기 신흥국의 주가 하락폭은 8∼14%에 그쳤다.이 같은 우려와 달리 이번 연준의 금리인상은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재개되더라도 과거처럼 큰 폭으로 급격히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