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많이 좋아 졌다.' '니가 가서 한번 봐라'
'갈구고', '까고', '고추가루 뿌리고'. 군 부조리 여전
2007-04-28 이재필 기자
박 병장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고압선을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작업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대내 사건사고는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자살 사건을 비롯한 성폭행,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 등 끊임없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군대내 위험요인은 거의 근절됐다고 밝히며 군대가 달라졌음을 홍보하고 있다.
현역병들과 갓 전역한 예비역들은 국방부의 이러한 결과 발표는 과장된 거짓이라고 설명하며 군의 국민들 눈가리기식 홍보를 비판하고 있다.
군대내 구타 및 가혹행위는 모습을 감췄다?
아들을 가진 부모들의 군에 대한 불신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군대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연일 높아져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군은 구타 및 가혹행위를 근절해야 함에 동의하며 군 문화 개선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국방부 한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타 및 가혹행위를 비롯한 위험요인을 없애기 위한 교육 및 제도가 계속해서 시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를 없애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요즘 군대는 이러한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어 (군 자체 조사결과)구타 및 가혹행위는 거의 근절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허나 국방부의 이러한 주장을 현재 군복무중인 현역병들과 갓 전역한 예비역들은 ‘과장이 포함된 통계’라고 설명했다. 군 자체 조사결과는 군대라는 여건상 선임의 압력과 회유로 이뤄진 거짓 결과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강원도 모 부대에서 군복무중인 이 모 일병은 “현재 군 부대 내에는 폭행과 가혹행위가 여전히 답습되고 있다.”고 밝히며 “위(군)에서 발표하는 내용들은 도저히 군 생활을 직접 하고 있는 나로서는 황당한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국가인권조사위의 발표에 따르면 현역병 중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응답자는 15.6%로 2004년 조사 때 나타난 23.8%보다 약 8%가량 줄어든 상태였고 언어폭력 경험자는 지난 2004년 58.8%보다 약 35%줄어든 23.5%로 나타났다.
허나 이 조사 결과는 연구진이 부대에 방문하기 전 병사들에게 입막음을 한 흔적이 발견 되는 등 신빙성이 적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기자는 현재 군에 있는 현역병과 군을 전역한지 얼마 안 되는 전역 병들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이 같은 사실에 과장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군대내 설문조사 결과는 거짓 혹은 과장?
박 상병은 “한번은 제가 이등병 때 점호 시간에 하품을 했다가 선임한테 발로 차 인적이 있어요. 그때는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라고 전하며 덧붙여“상병이 되니까 밑에 애들 관리 차원에서 위에서 애들 좀 갈구고(혼내고) 까(구타)라고 고춧가루(위에서부터 지시)를 뿌리더라구요”라며 아직까지 군대 내에서 위계질서라는 명목으로 폭력이 행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이 모일병 역시 군대 내에 가혹행위가 행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일병은 “구타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허나 가혹행위는 전혀 줄어들었다고 생각 하지 않아요. 처음 자대 배치 받았을 때 한 소대 내 소대원들의 이름을 2시간 내로 외우라고 시키더군요. 그래서 메모지에 사람들 이름이라도 적어서 외우려고 했더니 ‘니가 메모지에 이름 적는 거 걸리면 가혹행위로 소대원 군장 돈다.’라며 메모지에 이름도 못 적게 하더군요. 가혹행위로 군장 돈다면서 그때 저에게 시킨 것은 가혹행위가 아니면 뭔가요.”라고 전하며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은 군내 가혹행위를 지적했다.
‘국방부를 비롯한 상위 부대에서 설문지를 비롯한 여러 조사들을 행하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일병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허나 설문이니 조사니 나온다고 하면 위에서 설문조사에서 불미스러운 내용이 새어나가지 않게 지시와 함께 교육이 행해지고 있어요. 쉽게 말해 선임들이 ‘설문지에 긁으면(불미스러운 내용을 쓰면)당사자는 전출가고 전출가면 낙오자로 찍혀서 군 생활 힘들다. 좋게 좋게 가자’라고 후임들을 압력과 회유를 가해요. 그러면 뭐 후임 병들은 대부분 그냥 지내자는 생각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가 없다고 쓰죠. 그러다 몇몇 아주 소수가 참지 못하고 설문지에 쓰는 거죠.”라고 밝히며 국방부에서 주장하는 낮은 구타 및 가혹행위비율은 신빙성이 없음을 설명했다.
또한 군이 속이고 있는 문제는 구타 및 가혹행위뿐만이 아니라고 이들은 밝혔다. 군 전반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이 그것.
지난 2월 전역한 이 모 씨. 이 씨는 지난 3월 9일 일어난 박 병장 사건이 전혀 남일 같지가 않다.
이 씨는 “제가 군에 있을 때 경계 근무를 섰었어요. 소초로 들어가 소대원들끼리만 생활을 했죠. 낮에는 자고 밤에는 근무서는 형태였어요. 그러다 작년 여름인가 가을인가 갑자기 사단장이 우리 소초를 방문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대대에서부터 중대까지 동원되어 우리 소초를 가꾸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우리 소초 원들은 사단장이 오는 1주일 동안 하루에 2시간씩만 자고 작업을 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간부들이)사단장에게 잘 보이겠다는 일념에 사병들을 마구 부려 먹은 거죠. 그땐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사고가 안 일어난 게 다행이죠. 잠도 안 재우고... 이건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는 작업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위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을 몰라요.”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아직까지 제가 봤을 때 군대에서 인권 찾기는 힘들다고 봐요. 위(국방부)에서는 ‘구타는 없다. 가혹행위도 없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 그건 자기들이 믿고 싶은 과장된 거짓이겠죠. 사실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글쎄요. 언론에 비춰지고 있는 나아진 군대의 모습은 과장이 심하죠. 많은 부분을 숨기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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