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성과주의 도입 추진…노조 반발 변수

성과중심 임금체계 구체화 노력 필요

2016-11-15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면서 일반 시중은행들의 시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성과주의 확산의 핵심은 사실상 호봉제 중심인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는 데 있다.   성과주의 논의의 ‘신호탄’이던 지난 5일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은 “은행권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세미나에서 제시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임금수준에 대비한 금융산업의 임금수준은 2006년 129.7%에서 지난해 139.4%로 상승했다.   금융산업의 호봉제 비율은 2013년 63.7%로 전체 산업 평균인 36.3%의 두 배에 육박했다.   금융권에서는 기본급 체계에 직능 또는 직무급을 전면 도입한 업체가 별로 없고 대부분 이를 호봉제에 첨가해 활용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도 개별성과급 제도가 아닌 집단성과급의 형태를 띠고, 성과가 급여에 직접적·전면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 편이다.   호봉제에서도 고과에 따라 차등해 호봉이 올라가는 경우는 25%에 불과해 기본급에 성과를 반영하는 정도도 낮았다.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2012∼2013년 사이 55.3%나 주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비효율적인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세미나를 주도한 이들의 의견이었다.   이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추진할 금융개혁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금융권의 성과주의 확산을 지목하고 나서면서 이슈가 더욱 뜨거워졌다.   은행권은 “아직 성과주의에 대해 준비된 것은 없다”면서 당국의 강한 의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성과주의 확산이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첫 번째는 노동조합의 반발이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부가 은행권에 연봉제 도입을 강제한다면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과주의 연봉제가 정부의 4대 개혁 과제 중 쉬운 해고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 과제에 포함됐다”며 “최근에는 이를 금융개혁 과제로 포장해 금융권에 강제하려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금융기관에서는 호봉제나 연봉제, 혹은 이 둘이 혼재된 임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보험이나 증권은 공격적인 세일즈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연봉제를 채택하지만 안전성과 리스크관리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은 연봉제보다는 호봉제가 업무 특성에 더욱 적합하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도 문제지만, 은행권에 맞는 성과중심 임금체계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느냐도 고민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직원 1명의 책임 영역이 명확한 증권사와 달리 은행의 경우는 한 명의 직원이 혼자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출납을 포함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은행 업무는 대부분 프런트 오피스와 백 오피스의 협업에 의해 이뤄지는데, 여기서 각자의 역할과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성과주의가 정착한 외국 은행을 보면, 처음부터 프런트 오피스 직원과 백 오피스 직원은 다른 직군으로 채용해 별도의 평가를 한다”면서 “그러나 그런 방식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 국내 은행에서 이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안전장치 없이 연봉제를 도입하면 상사가 입맛대로 아랫사람을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할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