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이색 직업'으로 승부 볼까?
‘찾아라 나만의 직업을’
2007-04-28 김호준 기자
최근 사상최대 취업난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시름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너 직장 구했니?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경력이나 쌓아. 요즘 평생직장이 어딨어? 어느 정도 치고 빠지는 거지.” 이런 말들조차 구직자들에게는 버거워 보이는 현실이다.
어디든 들어가기만 해도 잔치라도 벌일 판인 구직자들에게 취업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 TV나 언론매체를 통해 이색 직업들이 속속 소개 되고 있어 취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이색 직업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비애치료사, 홈메이커, 플레이매니져, 스탁트레이더, 미스터리샤퍼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단어들 투성이다.
그렇지만 이런 이색 직업들은 취업난 시대에 고소득 전문 업종으로 급부상중이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파티 매니져, 동호회 호스트 등 이색 직업인이 이미 등장한 가운데 노인인구 급증, 일하는 여성 증가에 따른 육아문제 등 최근 두드러진 사회현상과 생활의 변화에 따라 형성된 틈새시장이 새로운 직업 창출을 위한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최고 인기 직종이던 의사나 검사, 변호사 등 사자 붙은 직업 뿐 아니라 머지않아 이 같은 틈새시장을 노린 각종 이색 직업들이 고소득자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업포털 사이트들은 주5일제 근무제 시행에 따라 직업의 분류가 더욱 전문화, 세분화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 다채로운 이색 직업도 고소득을 올리는 신 엘리트 직업군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불고 있는 이색 직업 열풍 속을 매일일보에서 알아보았다.
“나는 책박사랍니다~”-북마스터
요즘 TV드라마 연애시대에 출연 중인 감우성의 극중 직업은 ‘북마스터’이다.
보통의 도시인 삶을 살며 자기자신을 가꾸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화면 속 감우성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도대체 ‘북마스터는 무엇이고 돈을 얼마나 잘벌면 저렇게 여유롭게 살지?”라고 말이다.
극중 감우성의 직업은 신종 직업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우리가 대형서점에서 흔히 봐 왔던 사람들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북마스터는 손님이 책을 찾거나 선택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해 주는 ‘책 전문갗이다.
국내에 북마스터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0년. 교보문고가 10년 이상 경력의 직원 11명을 뽑아 ‘북마스터’ 제도를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북마스터 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밝히고 있다.
4년이 흐른 지금 교보문고의 북마스터는 광화문·강남점을 통틀어 53명에 이른다.
‘길모퉁이 서젼 같지 않은 대형 서점의 직원이긴 하지만 이들은 ‘고객 가까이에서, 고객의 눈높이에서’ 책을 찾기 위해 애쓴다.
북마스터들은 “단순히 1만원짜리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따라 100만원, 1000만원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판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미국 돈 우리가 긁어온다. - 스탁 트레이더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벤처 사무실. 사무실을 가득 메운 모니터 앞에 30여 명의 젊은이들이 그래프가 가득한 모니터를 보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주 사원인 이곳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증권거래를 하는 전문 트레이더(TRADER)다.
이들의 직업은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는 업종으로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직업이다.
트레이더들의 수익은 개인별로 차이가 나지만 적게는 한 달에 수백만원에서 최고 수천만원도 가능하다. 현재 이곳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수현(27)씨는 지난달에 10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런 고소득 신 직업인 트레이더의 특징은 학력, 영어, 나이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채용 때 성적표와 입사시험도 보지 않고 면접을 통해 선입관 없이 창의적이고 일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미국증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추다 보니 밤10시에 출근해 아침 6시에 퇴근하는 올빼미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수현씨는 “돈 생각하면 하기 힘든 직업이다.
게임하듯 즐기면서 일하면 돈도 따라 오기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뀐 삶을 견딜 수 있으면 정말 괜찮은 직업이다.”라고 말한다.
자신들 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을 직접 거래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는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새로운 직업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인터넷 속 사이버 선생님-사이처
최근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필요한 공부를 원하는 시간에 반복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온라인교육(e-learning)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사이트는 감시나 통제가 어려워 회원 스스로의 활용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회원을 관리하고, 학습동기 부여를 해주는 등 쌍방향 교육을 하는 ‘사이처’가 생겨나게 됐다.
‘사이처’란 사이버(cyber) 와 교사(teacher) 를 합친 말. 인터넷 교육 사이트들이 홈페이지 상에서 콘텐츠(내용물) 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예전 방식에서 탈피, 본격적인 회원관리에 나서면서 등장했다.
사이처는 인터넷 학습사이트에서 교육프로그램과 메일 등을 통해 1:1로 회원들과 상담하고, 화상교육을 통해 학습을 도와주는 일을 담당한다.
출석체크, 과제검토 등을 통해 회원들을 평가하여 학습이 부진한 회원에게 추가 학습정보를 제공하고, 학부모와 학습에 대해 상담하기도 한다.
사이처는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기도 하지만 집에서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부들에게 안성맞춤인 직종이다.
재택사이처로 일하고 있는 주부 이은지(33.여)는 매일 집에서 전화로 20여명의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네 살난 아들과 두 살 배기 딸을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뒀던 이 씨는 사이처란 직업을 알고 난 뒤부터 매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루 일하는 시간도 4시간 가량 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는 기분으로 일을 할 수 있고 보수도 짭짤해서 재택근무로는 그만이다.”
대체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이처는 책임감이 있고, 시간관리를 잘하며 자기절제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또 회원의 학습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력과 꼼꼼한 성격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이처는 4년제 대졸 이상의 학력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가정주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무엇이든 직업으로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새로 생겨난 이색 직업들의 수는 엄청나다.
일하는 여성의 증가에 따라 홈닥터라는 회사가 등장하면서 이사, 청소, 선물배달 등 각종 심부름을 포함해 보다 안락한 생활을 위한 서비스 문화를 제공하는 직업에서부터 기업이미지 홍보가 중시되면서 기업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 했을 때 매스컴에 해명 광고나 보도자제 요청 등을 처리하는 위기관리 전문 홍보요원, 하루하루의 뉴스를 분석하고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제공하는 뉴스플리퍼 등 생소한 직업들이 부지기수다.
예전에는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었던 우리사회가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사회발전이 맞물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이색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회가 발전 할수록 더 많은 직업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TV나 그 밖의 매체에서 나오는 특이한 직업들을 무조건적으로 선망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아무래도 TV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직업들은 극 전개상 좋은 이미지만이 강조되고 있어 그 직업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하고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색 직업들에 대해 구직자들의 눈과 귀가 솔깃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루 빨리 직장을 다니고 싶어 하는 구직자들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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