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위기 앞에 내부단속 나서

2015-11-17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롯데그룹이 연 매출 5000억 원 규모의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을 놓치면서 위기에 빠졌다.이에 신동빈 회장은 “활기를 잃지 말자”며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주말 서울 잠실 면세점 영업권을 잃은 것과 관련, 16일 내부 회의에서 “그동안 국내 1위 면세점을 키운 임직원들은 긍지를 가져도 좋다”며 “그룹이 (이번 일로) 활기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면세점 외) 다른 분야와 해외 사업 등에서 더 분발해 좋은 실적을 내고, 호텔롯데 상장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국민과 약속한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대책의 방향도 제시했다. 아울러 “롯데면세점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챙기라”고도 지시했다.앞서 지난 14일 신 회장은 잠실 면세점 영업권 상실에 대해 “상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99%가 나 때문”이라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이 같은 신 회장의 방침에 따라 롯데그룹은 기존 목표대로 호텔롯데 상장 절차를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롯데는 지난 9월 KDB대우증권 등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했고, 이후 호텔롯데 기업 가치에 대한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실질적 실사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롯데 관계자는 “면세점이 호텔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간사들도 특허 선정 결과를 기다렸을 것”이라며 “결과가 확인된 만큼, 이제 구체적 기업가치 평가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신동빈 회장이 지난 8월 롯데그룹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으로서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한 뒤, 증권업계 등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적게는 10조 원, 많게는 20조 원까지 평가했다.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은 지난 9월 호텔롯데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10조 원 안팎으로 제시했다. 호텔롯데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종업계 경쟁자 호텔신라의 각각 1.5배, 2.7배에 이르기 때문에 호텔신라 현 시가총액(4.9조원)의 두 배 정도로 값(기업가치)을 매겨도 무리가 없다는 논리였다.이처럼 호텔롯데의 가치를 순수하게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을 바탕으로 평가할 경우, 롯데면세점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올해 전체 호텔롯데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면세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5%, 99%에 이를 것으로 예상(NH투자증권 추정)되기 때문이다.면세점만의 매출과 영업이익 가운데 이번에 뺏긴 잠실 면세점의 비중을 따져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2~13% 수준이다.결국 이번 잠실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실패로 당장 호텔롯데 실적의 10%(85~99%×12~13%) 안팎이 날아간 셈이다.따라서 주간사의 기업가치 평가와 기관 투자자 등의 수요 조사를 통해 결정되는 호텔롯데의 공모가도 그만큼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더구나 롯데면세점 소공점마저 도심 면세점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잃고 강력한 라이벌 신세계와 명동·남대문 면세상권을 나눠 갖게 되면서, 기업가치 감소율이 2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또 면세점 부문은 호텔롯데 사업 영역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롯데 잠실 면세점 상실과 신세계 면세점의 등장은 호텔롯데 공모 흥행의 요소인 ‘성장성’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기업공개(IPO)를 통한 호텔롯데의 상장이 롯데그룹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주식 공모를 통해 모은 재원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궁극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롯데그룹의 추산에 따르면, 이 작업에는 7조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데 상당 부분 호텔롯데 상장 공모자금으로 메워야 한다.면세점 축소로 호텔롯데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공모 흥행에까지 실패할 경우 롯데는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고 싶어도 충분히 실행에 옮기기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