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4분간 도로 점거 행진해도 교통방해 유죄"

"점거 시간 짧다고 교통에 방해 안되는 것 아냐"

2016-11-17     민성아 기자
[매일일보]대법원이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짧은 구간을 점거했고 일부는 인도가 없었더라도 교통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7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24·여)씨에게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임씨는 2012년 2차례 집회에 참가해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밀치고 방패를 빼앗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대법원은 1·2심이 무죄 판결을 내린 2012년 6월16일 도로점거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임씨는 당시 쌍용차대책위원회 등이 개최한 '걷기대회'에 참가한 500여명과 함께 서울 충정로역 부근 의주로터리에서 중앙일보 방향 오른쪽 3개 차로를 전부 점거하고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700여m 가다 경찰의 제지로 4분 만에 인도로 올라갔다.점거한 구간은 서소문 고가차도 아래 철로와 차로가 교차하는 곳이었다. 일부는 인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임씨는 벌금형에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1심은 "차로를 일시 점거한 구간이 별도로 인도가 마련되지 않은 곳 부근이고 이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모두 인도로 올라갔다"며 "서소문 고가차도와 임씨 반대방향 차로 소통은 원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2심도 "차량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정도는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그러나 대법원은 단시간이라도 교통에 방해가 됐다며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대법원은 "다수의 집회 참가자가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해 그 차로는 물론 고가도로 아래 설치된 다른 교차로를 통행하려는 차량의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진이 경찰 신고 없이 이뤄진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당시 걷기대회에 참가했다가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판단은 하급심 재판부마다 엇갈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7월 유모(28·여)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낸 뒤 다른 피고인들도 유죄 판단을 내리고 있다.대법원 관계자는 "도로를 점거한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판례상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