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신용등급 상향…보수언론 ‘또’ 말바꿔 ‘무디스 띄우기’
[매일일보=정책및보도자료]
미국계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4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15일 조중동이 일제히 이 사실을 1면에 부각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 회복’이라는 부제를 달아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발표를 전했다.
기사는 “A1은 총 21단계 등급 가운데 5번째로 높은 등급”이라며,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디스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등급 상향조정의 이유를 전한 뒤, “무디스의 발표 이후 코스피지수가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전날보다 24.74포인트 오른 1735.33으로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도 1면에서 ‘환란이전 수준 회복’이라는 부제를 달아 무디스의 발표를 전했다.
기사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가운데 한국에 외환위기 이전 등급을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한국과 같은 A1 등급인 국가는 중국, 이스라엘, 칠레, 체코 등”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배경을 짧게 언급하고, 무디스가 국내 10개 금융기관과 7개 공기업의 신용등급도 A1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가장 적극적으로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띄웠다.
1면 기사에서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1997년 이후 최고 등급”이라며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남북 긴장 고조보다 빠른 경제 회복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는 향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매기는 등급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전망을 전하기도 했다.
기사는 또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무디스 낭보’에 힘입어 전날보다 달러당 11.7원 오른 1112.2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도 24.74.포인트(1.45%) 오른 1735.33으로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웠다”면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을 “낭보”로 적극 부각했다.
경제1면 <글로벌 위기 속 한국경제 오뚝이처럼 섰다>에서는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는 과정을 보다 ‘극적’으로 띄웠다.
기사는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19일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열고 돌아온 직후 무디스 실무자들이 방한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두루 찾았고, 당시 정부 안에서 “이 ‘시험’을 무난하게 치렀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고 정부는 3대 신용평가사들에게 ‘이 사건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물 건너가는 듯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그런 점에서 무디스의 등급 상향 결정은 뜻밖의 낭보”라면서 거듭 무디스의 발표를 부각한 뒤, 무디스가 “한국의 바른 경제 회복, 정부의 신속한 대응, 건전 재정 및 금융회사의 건전성 개선” 등을 등급 상향의 이유로 열거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 한반도 안정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으로 남북 관계가 등급 상향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집중 부각하는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행태는 ‘이중잣대’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조중동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내놓은 평가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태도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조중동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가 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때는 ‘못믿을 것’으로 깎아내린 바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하반기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나 전망을 내놓았을 당시의 조중동 보도를 하나씩만 살펴보자.
2008년 12월 2일 조선일보는 무디스를 “IMF의 행동대장”으로 칭하면서 거세게 비난하는 칼럼을 실었다.
<[태평로] ‘IMF 콤플렉스’ 뛰어 넘어야 해법 보여>(이준 논설위원)에서 조선일보는 “IMF의 행동대장”으로 불리는 무디스가 우리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며 “편파적이다 못해 이런 횡포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아일보 역시 2008년 12월 10일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칼럼 제목은 <[기자의 눈] “S&P-무디스-피치, 너희나 잘하세요”>(정위용 기자)였다.
기사는 “한때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에 ‘저승사자’로 통했던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도처에서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며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불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 평가에 유난히 민감한 한국도 이제는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모습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평가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평가를 가장 적극적으로 부각한 중앙일보는 2008년 10월 9일 <말 한마디에 시장 흔들… ‘저승사자’ 돌아왔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시장이 불안해할 때 던지는 이들의 부정적 평가는 휘발성이 폭발적”이라면서 “이런 신용평가사의 행태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예고를 못 하고, 사후 평가만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경제주체들이 신용평가사의 진단에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는 지적까지 덧붙였다.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