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내몰린 한나라당 ‘차기 대권 도전자는 없나?’
공천비리, 성추문으로 무너지는 한나라당-대선전문 ‘열린우리당 맹추격’
2006-05-04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하지만 오히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우리당 세력들은 지난 2002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끌어 모아 불리한 여건을 딛고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도적 위치로 얻는 이점보다 반 한나라 정서를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이점이 더 크다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 지방선거는 유리하지만
지난 97년 대선에서 패배했던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2004년 총선에서는 원내 제 1당의 자리마저 넘겨주었다. 그 결과 국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 여당과 민노-민주당의 ‘날치기’공세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세히 보면 한나라당은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고 한나라당 스스로도 변화를 위해 노력을 해왔으나 지금 한나라당을 지켜보는 이들은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은 ‘날치기’공세를 당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데 이어 박계동 의원의 ‘몰카’사건이 터지고 또 몇 군데 지역에서 공천비리가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처지다.
다만 박계동 의원 몰카 사건이나 공천비리 등이 이번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압승 구도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기성세대 중심으로 이뤄지므로 한나라당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대통령 선거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내년 대통령 선거다. 이번 박계동 의원의 몰카 사건이나 공천비리 문제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그것이 직접적으로 표출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방선거는 앞서 언급한대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원래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열린우리당과 진보세력은 대선에서 사활을 걸고 나설 것이다. 대선 패배는 곧 정치 보복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호남이 고향인 유권자들도 대통령 자리를 한나라당이 가져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보수사회에서는 여전히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것이라고 하는 예측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으나 이미 정치권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의 참패를 점치고 있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공천비리와 계속 이어지는 성추문 사건에서 한나라당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계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모습과 부패, 여당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 이익에 의존해 권력을 장악하려 드는 듯한 나태한 모습이다.
술집에서 접대부끼고 민생 경제를 걱정하는 의원님?
사실 국회의원도 사람이니 룸카페같은 술집에 갈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접대부와 함께 음란한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고 현재 국내의 국회의원들 가운데도 접대부와 함께 박 의원같은 행동을 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 특히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이나 2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이들은 민생 경제를 걱정한다면서 술집에서 접대부를 끼고 즐기는 박계동 의원을 좋은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보수사회에서 박계동 의원에게만 돌을 던지지 말라고 비호를 해도 소용 없는 일이다.
박계동 의원은 한나라당에 깊은 상처를 냈고 그 상처는 한나라당에 대한 뿌리깊은 대중들의 거부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는 최근의 공천 비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한나라당을 ‘부자당’이라고 생각한다. ‘부패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벌써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이런 주장들이 아무리 논리적이지 않다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야기해봐야 좀처럼 먹히지 않는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드러난 실망스런 작태들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치인들이나 정치인들의 측근들은 한나라당에 자발적 지지세가 부족함을 개탄한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자발적 지지세가 생성될 수 없음이 드러난다. 이런 점이 한나라당의 구조적 한계다.
부패 정치인을 위해 왜 우리가 뛰어야 하나
지난 2002 대선 이후 많은 보수주의자들이 한나라당 선대위 조직의 관료주의를 개탄했다.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 한나라당 조직이 관료주의에서 탈피했다고 칭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나라당의 방대한 조직을 구성하는 많은 이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아마 ‘누가 이런 한나라당을 위해 열심히 뛰고 싶겠느냐’고 말할 것이다.
부패와 나태에 찌든 한나라당이 제대로 기강이 서 있을 리 없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분명히 서 있을 리 없을 것이다. 기강도 원칙도 흔들리는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오늘날 한나라당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에서도 ‘왕따’ 신세다. 그러나 이것은 한나라당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본질적으로 민주당과 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 그 본질의 뿌리가 유사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왕따’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은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자들 역시도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란 사실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이 늙고 낡은 당 취급을 받고 있다면 한나라당 지지자들 역시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늙고 낡았으며 썩은 한나라당의 오늘
한나라당은 늙었다. 그리고 낡았다. 뿐만 아니라 썩었다. 한나라당 사람들 자신도 이를 알면서도 그동안 많이 변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업보를 대선을 1년 남겨 둔 지금에 와서 다 덮어쓰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볼 때 한나라당은 낡은 과도한 반공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힌 노인들이 많이 지지하는 촌스런 정당이다. 그리고 여성을 깔보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이후로 이런 근원적 한계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2006년이 된 지금 그 한계에서 많이 떨어져 나오지 못했다.
한편 이런 한나라당을 지켜보면서 열린우리당은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사학법 대치를 통해 한나라당과 확연하게 각을 세웠고 ‘날치기’ 처리를 통해 한나라당의 뒤통수를 쳤다. 날치기를 했다지만 열린우리당 고정 지지층은 열광했고 민주노동당 역시 열린우리당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결국 2007년 대선 역시 한나라 대 반 한나라 세력의 대결구도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대선의 경우 사실 한나라당은 160만표 차이로 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후보와의 표차 60만표에 사실상 언제라도 노무현 후보 지지로 돌아설 수 있었던 100만표의 민주노동당 지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런 구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어슷비슷한 지지율을 보인다면 민주노동당 지지자 일부가 열린우리당으로 이동해 또 다시 열린우리당 대통령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2007년 대선에서 지면 보수는 없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빨갱이’로 몰릴까봐 두려울 지도 모르겠다. 물론 세상이 변한 지금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을 한나라당이 집권했다고 ‘빨갱이’로 몰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민주노동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마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볼 때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가진 자들이나 기업주, 자본가들의 편만 들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있어 생각할 수도 없는 악몽이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집권하고 있는 현 사회도 살아가기 힘든 보수사회인데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그야말로 사람 못 살 세상일 것이다. 이러니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다음 대선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외에도 민주노동당이란 복병을 항상 조심해야 할 판이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지면 이제 한국 보수진영은 사실상 무너져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중심이 되어 있는 한나라당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노인당이 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200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재산이 좀 있는 이들은 너도 나도 해외로 나가서 사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21세기는 삶의 질의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은 이 땅에서 태어나 죽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죽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조국을 버릴 자세가 되어 있다. 지금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는 타국으로의 두뇌유출과 자본유출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보수진영이 몰락하면 타국으로의 두뇌유출과 자본유출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래도 조용한 보수사회
하지만 그래도 보수사회는 조용하다.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간혹 인터넷에서 눈에 띄지만 그들은 보통 한나라당보다도 더욱 보수적인 이들이어서 그들의 근본적 주장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말없이 현실을 관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진영 주변에서는 ‘이미 일반 국민들은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의 중도 노선에 적응해 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란 기본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이 슬로건의 의미를 뚜렷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고 설령 그 슬로건의 의미를 알아도 그 슬로건에 맞춰 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드물다.
원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안정희구성향의 장년층 이상의 유권자들이 많다. 이런 유권자들 머리 속에 들어있는 ‘보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반공보수’다. 요즘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자유주의 보수가 아닌 것이다.
설령 자유주의 보수 노선에 공감하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그것을 이룰 생각은 없다. 자신에게 떨어질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다수 보수시민들에게 있어 열린우리당은 그저 경제를 잘 굴려가지 못하고 야당과 마찰을 자주 빚어서 문제일 뿐, 스스로 나서서까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외칠만큼의 골칫거리는 되지 않는다.
영혼없는 한국 보수의 몰락
정리하면 한국 보수세력에게는 영혼도 없고 개성도 없으며 뭔가 이뤄야 한다는 뚜렷한 신념도 보이지 않는다. 영혼도 없고 개성도 없으며 신념도 없으니 자발적 지지세력도 잘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대중들의 눈으로 볼 때는 열린우리당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터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도 잘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망국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나 지배세력이 향락에 빠져들면서 망국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부패와 성 추문에 찌들어 가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딱 그 모습이다.
지배세력은 부패와 향락에 빠져들고 지지세력은 마지못해 표를 던지고 돌아서는 정도의 모습이니 한나라당 대통령이 나올 수가 없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한번 뒤집어 진 세상은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 아마 2007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또 다시 당명을 바꾸고 反 한나라 세력을 끌어 모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이 뛰어나 대선에서 이긴다기 보다 한나라당을 외면하는 이들의 표들을 모아서 열린우리당이 또 대통령을 배출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본 기자는 지난 3월 31일 기사에서 ‘추락하는 한나라는 날개가 없다’라고 적었다. 우리는 이미 추락한 한나라의 처참한 몰골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한나라당 대통령’은 이제 없을 것이란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