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만 남은 주말 3일 13시간 KBS 천안함 특별생방송”

2011-04-15     서태석 기자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5일 천안함과 관련된 KBS 특별생방송과 관련, "임무 수행 중에 참변을 당한 승조원에 대해서는 마땅히 국가가 책임을 지고 보상과 수습책을 내놓아야 함에도, 대책을 논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모금부터 받겠다니, 성급할뿐더러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KBS 사측을 맹비난했다.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미 지난주 성금방송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음에도 '너는 떠들어라'는 식으로 또다시 생방송으로 국민 모금운동을 펼치려 하는 것"이라고 이 같이 밝혔다.이들은 "오늘에서야 함미 인양과 시신 수습이 이뤄지고 있고,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KBS가 이토록 과도할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특별생방송'으로까지 편성해야 하는지 많은 시청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민 모금 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국민적 슬픔을 모아내기는커녕 오히려 냉소와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15일 저녁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오늘 침몰된 천안함 함미가 인양되면서 생사가 불분명했던 승조원들이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천안함 장병들의 명복의 빌며, 애도를 보낸다. 우리는 이번 비극적 사태를 다루는 공영방송 KBS의 모습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KBS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과도한 편성을 예고했다. 4월16일(금)부터 18일(일)까지 주말 3일 동안 '특별생방송' 등으로 약 13시간에 걸쳐 무려 7편의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이다. '천안함 침몰' 관련 4월16일∼18일 KBS1TV 편성

4월16일(금)
-특별생방송 천안함의 영웅들 바다에 잠들다[기획제작국](19:30∼21:00)
4월17일(토)
-특별생방송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 1부[기획제작국](12:10∼14:00)
-특별생방송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 2부[예능국](17:10∼19:00)
-긴급진단 천안함 침몰 무엇이 문제였나? [보도제작국](23:10∼00:30)
4월18일(일)
-특별생방송 천안함인양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1부[교양제작국](12:10∼14:00)
-특별생방송 천안함인양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2부[교양제작국](17:10∼19:00)
-특별생방송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 2부(재방송)[예능국](23:10∼01:00)

물론 '천안함 침몰'이 국가적 재난이며 온 국민이 슬픔 속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안임을 우리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함미 인양과 시신 수습이 이뤄지고 있고,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KBS가 이토록 과도할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특별생방송'으로까지 편성해야 하는지 많은 시청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사고의 원인규명이다. 특히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민 모금 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국민적 슬픔을 모아내기는커녕 오히려 냉소와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임무 수행 중에 참변을 당한 승조원에 대해서는 마땅히 국가가 책임을 지고 보상과 수습책을 내놓아야 함에도, 대책을 논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모금부터 받겠다니, 성급할뿐더러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주 KBS가 < 특별생방송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 > 를 통해 국민 모금을 진행한 것에 대해 수많은 시청자들이 시청자게시판뿐만 아니라 KBS에 직접 전화까지 걸어 거센 비판을 제기하지 않았는가. 실종자 가족들조차 "국민들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실종자들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지금 성금을 받기엔 부담스럽다"며 "정중히 사양하고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시청자들이 왜 비판을 하는지, 실종자 가족의 마음이 어떤지를 돌아보기는커녕 '너는 떠들어라'는 식으로 또 다시 생방송으로 국민 모금운동을 펼치려 하고 있다. 물론 실종·사망 장병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것은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는 일 또한 공영방송 KBS의 책무이다. 침몰 직후부터 국방부의 발표 내용이 왜 그렇게 시시각각 바뀐 것인지, 첨단장비를 두고서도 왜 그렇게 침몰된 선체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등 사고를 수습하는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공영방송으로서 당연히 규명해야 한다. 우리는 KBS가 이런 역할보다 '국민의 마음을 모으겠다'며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알고자 하는 국민적 요구를 희석시키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KBS가 해야 할 역할이 진정 무엇인지 KBS 편성책임자와 경영진의 심사숙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10년 4월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