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생명 임원퇴진 이틀 '물갈이 끝'
2004-05-20 파이낸셜투데이
사장 장재만, 이정상 전 사장 비상근 부회장 발령
녹십자생명이 임원진간의 불협화음 터져 나온지 불과 이틀만에 발빠른 인사를 단행했다.
녹십자생명은 19일 대표이사에 장재만(51) 전무와 김태복(44) 상무를 선임하고 이정상 전 사장은 비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이들을 포함해 사표를 제출한 13명의 임원 중 조주현 상무, 전석우 상무, 안영찬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녹십자로 복귀해 비상근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은 모두 5명으로 줄었다. 녹십자가 대신생명을 인수해 지난해 8월 출범시킨 녹십자생명이 자금난과 대주주인 녹십자와 이정상 사장 등 경영진 간의 갈등설에 휘말리 않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녹십자생명의 지급여력비율 기준미달 등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취한 상태이다. 또 5월 중순경까지 경영개선방안 제출을 권고받은 녹십자생명은 자금난을 해소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사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녹십자생명 임원진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녹십자생명의 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태세였으나 불과 이틀만에 대주주인 녹십자 측이 녹십자생명 경영진들을 전격 교체한 것이다.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녹십자생명 사장 등 임원진들이 대주주인 녹십자 측과 경영개선 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자본확충 방안 등에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녹십자생명은 지난달 말 해외에서 기업홍보 등을 하면서 자금유치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는데다 대주주 측인 녹십자측에서 자본확충에 미온적으로 나오자 이정상 녹십자생명 사장 등 임원진들이 최근 일괄사표를 제출했었다. 이는 대주주인 녹십자 측이 자본확충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중에 마땅한 자본확충 계획이 돌출되지 않자 경영진들이 대주주의 증자 의지 부족 등을 이유로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주주인 녹십자가 녹십자생명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재무 여력 등을 핑계로 대규모 자본 확충을 계속 미뤄왔다. 녹십자 생명은 재무구조 개선을 지난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녹십자생명은 지난해 7월 본격 영업에 들어간 이후 지난 3월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을 10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된 대규모 해외 자금 유치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주주인 녹십자 측에선 녹십자생명이 재무 건전성을 위해 후순위채발행 등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난색을 표시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녹십자생명 측은 또 “이번 주에 정기주총과 경영개선안을 제출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그런 일이 없으며, 현재 재무구조로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녹십자생명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녹십자의 행보를 보면 최근 녹십자 측의 자금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관측돼 왔다. 녹십자는 지난해 대신생명 인수 이후 대규모 자본 확충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본 유치에 박차를 가해왔으나 실패했다. 또 녹십자생명의 이러한 자본 확충 계획마저 계속 무산되자 대주주와 회사 경영진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자본확충이 지지부진해지자 경영진에서 대주주의 의지부족을 탓하는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 이런 우려에 대해 녹십자생명 측은 “지난해 해외 자본 유치 등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별로 실효성이 없었지만 현재 재무구조상 큰 문제가 없어 영업활동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