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연말 구조조정 돌입하나…희망퇴직 실시
금융권 임직원 2년 새 8천명 이상 줄어
2016-11-23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올해도 금융권에 ‘인력감축한파’가 엄습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대규모 특별퇴직을 예고했고 보험·카드사 등에서도 인력 감축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오는 23∼27일 닷새간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신청받는다. 실제 신청 인원에 따라 인력 감축 규모는 달라지지만, 신청 자격을 획득한 직원은 전체(5600여명)의 45%에 이르는 2500여 명에 달한다. SC은행의 특별퇴직은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기로 한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이다. SC그룹에 앞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3만5000명을 감원하고 10개국에서 철수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은행들의 인력 감축 바람이 거세 아시아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국내 시중은행들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력 감축 과정을 밟게 될 전망이다. 올해 5월 1121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KB국민은행은 이르면 올 연말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의 2배 이상인 310명의 직원이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신청한 신한은행은 내년 초에도 연례적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상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으로,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임금피크제 도입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기 전까지 비자발적 희망퇴직은 일어나지 않도록 명문화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평균 19개월치의 월급과 3개월치 연수비용 등을 지급하는 퇴직 지원 프로그램인 ‘전직지원제도’ 신청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 역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망 개편에 나선 씨티은행에도 이를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의심하는 노조와 경영진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지점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국 134개 개인고객 지점을 모델 1~3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자산가, 개인사업자 등 주력 고객층에 따라 분류한 지점 가운데 ‘모델3’에는 세일즈 인력이 배치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지점은 영업력이 약화되고 자연스럽게 정리 대상이 되는 구조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은 “지난해 명예퇴직 이후 3년간 구조조정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구조조정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보험·카드업계에서도 구조조정 움직임과 이와 관련한 소문이 올해 내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지난 7월 조직 효율화를 위해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3월에는 메리츠화재가 희망퇴직을 시행해 400여 명의 직원이 신청했다. 업체별로 마련한 저성과자 교육프로그램이나 휴직·전직 지원프로그램을 두고도 사실상 인력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KB손해보험은 저성과자 직원 20여명을 상대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직원 2명이 퇴직하면서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희망자에 한해 최장 3년까지 휴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50여명의 신청을 받았으며, 삼성카드는 휴직·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희망자의 신청을 받았다. 이렇게 업권을 막론하고 인력 조정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업 부문 임직원 수는 2012년 29만9717명을 기록한 이후 최근 2년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특히 증권사(6241명)와 은행(2137명), 생명보험사(1606명)의 감소폭이 컸다. 여신전문금융회사(1447명)와 손해보험사(609명)는 임직원이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금융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2분기 3.0%에 그쳐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