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① 유통 해외진출 명과 암] 시작은 창대했으나...
현지화 실패로 대다수 적자에 철수까지
해외진출 로드맵 재정비 필요..."아직은 평가 이르다"
2016-11-2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내수침체와 각종 규제 여기에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유통·소비재업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해외 진출에 나서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들에게 해외진출을 독려만 할 뿐 정작 지원에 있어서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는 유통업계의 해외진출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격화하고 있는 롯데그룹 분쟁의 표면적인 단초는 롯데쇼핑 중국 법인의 부실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선 중국 진출 사업이 대규모 부실을 기록하자 이를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축소 보고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중국 사업이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지난 9월 말 기준 롯데백화점은 해외에 8개점이 운영 중이며 중국에만 5개점이 몰려있다. 롯데마트는 해외에 165개점이 개설돼 영업 중이며 이 중 중국에만 슈퍼 16개소를 포함 116개점이 개설됐다.하지만 이들 해외 사업부는 수년 간 적자를 기록 중이다.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3분기 7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14.2% 성장하고 적자 폭도 소폭 줄어드는 모습을 기록했다.하지만 롯데마트의 경우에는 영업 적자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적자는 350억원으로 전년동기 270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도 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0억원에 비해 늘어났다. 중국 지역 내 매출액도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동기에 비해 4.1% 역신장했다.이 같은 영업손실 누적으로 중국 시장 내 점포를 폐점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롯데마트는 지난 7월 중국 산동지역 5개 점포를 철수했다.롯데마트는 이 같은 영업손실에 대해 “폐점에 따른 장기임대차 계약 위약금과 직원 보상 등의 일회성비용 80억원이 반영돼 영업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앞서 이마트도 올해 들어 중국 텐진의 4개 점포를 한꺼번에 폐점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출구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 때 중국 내 점포가 27개에 달했으나 모든 점포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가 누적되면서 현재 중국 내 점포가 10개 밖에 남지 않았다.이들 유통 업체들의 해외 진출 실패에 대한 중론은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유통환경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반면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도 눈에 띈다.오리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4630억원으로 이 중 55%인 1조3661억원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중국 상하이, 광저우, 선양 3개 법인에서 나온 매출액만 6215억원으로 해외 시장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관련업계인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가 해외진출에 나섰다가 적자에 시달리거나 해외공장을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수익성도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상하이 법인의 경우 지난해 197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광저우와 선양 역시 각각 121억원, 66억원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한국기업평가는 오리온의 해외시장 안착에 대해 “제품이름·포장지·맛 등의 제품 요인과 마케팅·인사·영업 등 모든 분야에서 실시한 철저한 현지화 때문”이라며 “특히 중국의 경우 경소상과의 관계관리를 통해 구축한 탄탄한 유통망, 외상거래가 일반화된 중국 상거래 시장에서 고수한 현금결제 원칙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오리온의 경우 중국 내 매출의 97% 가량이 경소상을 통해 발생한다.경소상이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입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중개 판매상으로 대리상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중국의 지리적 특성상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판매망 구축이 어려운 점을 경소상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켜 물류비와 재고비 절감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SPC그룹 역시 제품에 현지 문화를 접목시켜 성공적인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근 3년간 SPC그룹의 해외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2년 1906억원, 2013년 2359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684억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특히 올해 파리바게뜨 프랑스 매장에서 출시한 ‘단팥크림 코팡’과 ‘밤크림 코팡’은 현지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코팡의 인기 비결은 프랑스 현지에서 즐겨먹는 빵인 브리오슈에 한국식 팥앙금과 크림을 첨가한 점이다.현지 매장에서의 높은 인기와 국내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지난 8월부터 국내도 출시됐다. 코팡은 국내 출시 두 달여 만에 300만 개 판매를 돌파하며 올해 출시한 파리바게뜨 신제품 빵 중 단기간에 가장 높은 판매액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