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까지 침투한 마약범죄의 늪
주부, 관공서직원, 전·현직 의사, 간호사…택시기사까지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국내에 침투하고 있는 마약사범이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만해도 1만1000여명. 전년대비 22%나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과거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 등 특수계층에 국한됐던 마약 유통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전주와 강원지역에서 연달아 적발된 두건의 마약사범 역시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택시기사로 일반인들이었다. 이에 <매일일보>이 특수계층에서 일반인에게까지 침투한 마약범죄의 늪을 취재해봤다.
환각상태에서 승객 태운 채 택시영업, 전직 간호사 성매매 여성에게 약 팔아
잠재적 마약 인구 30만명, 클럽등지, 인터넷, 전화통화 등으로 접근 용이해져
수년간 환각 질주?
이들 20명 중 절반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10명은 무직, 4명은 노동자, 3명은 자영업,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운전기사였던 것. 경찰은 이들이 지난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춘천 등지에서 히로뽕을 투약하거나 야산에서 불법 채취한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3~4명이 함께 모여 야산에서 불법 채취한 대마초를 차량 통행이 적은 도로변이나 공터 등지에서 흡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들의 권유와 호기심에 일을 마치고 난 뒤 대마초를 피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경찰관계자는 “대부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불법 채취한 대마초를 죄의식 없이 서로 주고 받으며 흡연했다”며 “특히 정씨 등 택시기사들은 대마초를 흡입한 환각상태에서 승객을 태운 채 운행을 했고, 화물차 운전기사인 전모(42)씨는 고속도로 등지를 운행하며 대형화물을 운송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마약이라는 게 길게는 하루정도의 지속시간이라는 게 있다”며 “마약을 투여한 시간을 봤을 때 환각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씨는 대마흡입 전과가 있는데도 취업 당시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취업하고 나서 수년간 대마를 흡입하면서 택시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또 다음날인 지난 15일에는 살 빼는 약이라며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 판매한 전직 간호사와 의사, 이를 성매매 여성에게 판매한 업주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전직 간호사인 이모(46)씨가 간호사 신분으로 의사행세를 하며 11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벌인 짓”이라며 “명단을 관리하고 리스트를 꾸며 오직 전화로만 진료를 하고 택배로 약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2004년부터 6년간 모 의원 등 3개 의원을 의사로 고용해 불법 개원을 했다고 한다. 또 4개 의원을 의사들과 불법으로 동업 운영하는 방식으로 9억원 상당의 펜터민 등 향정약품(54만정)을 처방 판매했다. 마취 후 성형 시술하는 등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고, 성매매 업자들은 향정의약품을 판매한 것이다. 때문에 경찰의 수사는 집창촌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성매매 여성들 대부분이 고통 때문에 약을 복용한다는 것을 알았던 경찰은 일 년에 한 두 번씩 부정기적으로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경찰은 집창촌에 압수한 약을 국과수에 의뢰하고 약을 처방한 곳을 수소문한 끝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의원을 알아냈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들이 고통 완화제를 복용한다는 것과 여성의 날씬해지려는 욕망을 교묘히 이용한 사건”이라며 “마약을 판매한 사람이 전·현직 의사나 간호사라는 점에서도 마약범죄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손을 뻗쳐가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원천봉쇄만이 유일?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마약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손을 뻗치게 된 이유로 과거보다 마약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것을 꼽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어디서나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필로폰, 대마초, 엑스터시 등이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밀반입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세관에서 적발 되는 마약 건수는 지난해 기준 150건에 달하지만, 실제로 세관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은 이것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현재 잠재적 마약 인구만해도 무려 30만명에 달한다.일부 클럽등지에선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시간 이내에 전화통화도 가능해졌다. 이들은 해외에 거주하면서 한국 판매책을 통해 퀵으로 마약을 배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판매현장을 잡는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 거기다 최근 마약사범이 크게 늘면서 시장 상인이나 주부, 관공서 직원 등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마약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약 1만여명으로 일반인들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특정계층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마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만큼 마약이 유통되지 않도록 판매망을 원천 봉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한편, 경찰은 오는 6월30일까지를 마약류 투약사범 특별자수기간으로 정해 마약 사범에 대한 자수를 권고하고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