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③ 유통 해외진출 명과 암] “정부 지원이 있다고?”

‘청사진’ 제시한 정부, 실제 현장에서는 ‘존재감’ 없어
숟가락 먼저 얹어놓고 상차림은 민간기업이 알아서…

2016-11-2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가 규제 강화와 내수 침체로 영업환경이 악화한 유통기업들에게 해외진출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지원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해외진출 과정에 있어 인프라 구축이나 관세법 등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기 힘든 분야에서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업계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정부는 지난 2013년 ‘프랜차이즈 세계화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돼 진행한 사업의 주요 핵심 내용은 △맞춤형 종합정보 및 컨설팅 제공 △해외파트너 네트워크 구축 △해외경영 전문인력 양성 △세계화 지원기반 구축 등이다.이를 위해 산자부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를 1차년도 사업 기간으로 설정하고 예산 20억원을 책정했다.하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민간 기업이 해당 국가 정부와의 교섭을 직접 진행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실제로 지난 2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베트남 부총리와 만나 현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협력을 부탁했다.최근 들어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관련 사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며 “해외진출 과정에서 정부 도움을 받은 사항이 거의 없다. 정부가 기업의 해외 사업부분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공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개별 기업 당 20억원도 아니고 20억원을 나눠서 지원한다고 하면 적은 예산을 가지고 어떤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해당 지적들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내 프랜차이즈 관련 지원사업만 있을 뿐 백화점이나 마트 등 유통채널은 대부분 상호출자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이라 관련 지원사업이 없다”고 전했다.하지만 상호출자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해당 사업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과 사업의 성공사례 대한 질문에는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여기에 관련 예산마저 매년 줄어들어 내년에는 예산이 하나도 책정되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나타났다. 첫 해 20억원이던 예산은 2014년 10억원으로 깎인데 이어 올해는 6억원 내년에는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이와 관련 산자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매년 세입세출을 판단해 예산을 배분하는데 올해는 세수펑크가 커진데다 복지부분에 예산이 집중돼 관련 예산을 20% 줄이라는 지침이 있었다”며 “또한 올해는 기재부가 공공부채 절감 차원에서 중복 사업을 없애는 과정에 포함돼 내년도 예산안에서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대한무역진흥투자공사(코트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코트라 관계자는 “관련 팀이 올해 8월에 신설돼 아직까지 사업계획만 잡혀있을 뿐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며 “예산 배정은 내부 지침 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결정하고 투자를 진행하려고 해도 현지법에 가로막혀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물류 인프라 구축이나 관세 부분 등은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분야로 정부가 나서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주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보도가 나간 이후 코트라 측은 서면을 통해 이전부터 유통업을 포함한 산업별 해외진출 지원을 해오던 것에서 유통 관련 기업들의 지원을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관련부서를 신설했다고 입장을 전했다.부서 신설 전의 지원 사례로 CJ오쇼핑(중국, 동남아, 중남미), GS홈쇼핑(중국, 동남아, 러시아), 11번가(터키), Qoo10(중국, 동남아) 등의 플랫폼이 중소기업을 동반해 현지 진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