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정몽구 원칙 이건희에게도 적용하라"
검찰, 삼성 몸통 겨낭하나... 이건희 회장 소환 임박?
2006-05-08 권민경 기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CB 발행 당시 이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96년 CB 발행과 관련된 실무진에 대한 조사를 거의 끝내고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는 것.
즉 이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상무,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검찰이 이처럼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강력한 수사 의지를 표명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 역시 과거와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속을 둘러싸고 삼성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며 검찰이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검찰 또한 이를 의식한 듯 재계 비리에 대한 엄중한 사법 처리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이 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때문에 검찰이 과거와 같이 몸통을 비켜간 형식상 수사가 아닌 그룹 총수 이 회장을 겨냥, 강도 높은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뒤늦은 엄정 수사... 파장 어디까지?
검찰은 현재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이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 따르면 검찰은 5월 중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증여에 관여한 혐의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아직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밝혀진 사실도 없는데 벌써부터 '불구속'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면서 "사실상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불구속이 될지 그 이상이 될 지는 지금 시기에 논할 사안이 아니다" 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과거 삼성 수사에 있어 '봐주기'를 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면서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현대차에 적용했던 원칙을 삼성에도 똑같이 적용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이에 삼성의 한 관계자는 "참여연대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말도 안되는 얘기를 만들고 있다" 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차와의 형평성 시비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에버랜드 CB 건은 이미 관련자 소환 등 수사 과정을 거쳐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고, 현재 2심 중인 사안으로 현대차와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차 정 회장 구속 이후 여론은 급속도로 검찰이 삼성과 현대차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며 형평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유권자 63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8%가 그룹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있어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간에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58%에 달했을 정도. ]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 정 회장과 삼성 이 회장이 각각 아들에게 그룹 지배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검찰의 수사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정 회장이 검찰의 강력한 대응으로 출국 6일 만에 귀국한 반면, 이 회장은 장장 8개월여를 해외에서 머무르다 수사가 종결된 뒤에야 귀국을 했다.
또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사장이 소환조사를 받고, 급기야 정 회장이 구속까지 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데 반해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는 소환조사 한번 받은 일이 없다.
사실 지난 2월 초만 이 회장이 장기간의 외유(?)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까지만 해도 검찰은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외형적으로 강한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이 회장 소환 등 직접 수사까지는 회의적이었다고 알려졌다.
믈론 수사팀은 그룹 수뇌부의 공모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이 회장의 개인계좌를 확인, 삼성계열사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무소를 압수수색 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망을 좁혀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회계자료 분석 결과가 나오면 (오너일가)를 직접 불러 확인하겠다" 면서 "면죄부만 주는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와 언론조차도 검찰이 이 회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이 회장 입국도 검찰과 삼성 측간에 조율을 거쳐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경제적 상황 등 수사 외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최근 삼성과 현대차의 수사 형평성 시비가 거세지면서 검찰의 태도 역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삼성 에버랜드 CB사건을 수사 중인 이인규 서울지검 3차장은 "삼성그룹과 에버랜드 전, 현직 실무이사에 대한 조사는 거의 끝났고 점점 더 윗선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패밀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요 인사들의 조사만 남았다" 고 밝혔다. 이어 이 차장은 "주인이 바뀌는 일인데 머슴이 주인 말 없이 할 수 있느냐" 며 "(공모에 대한) 정황 증거는 많이 있다. 사전에 보고 안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이 회장을) 소환하게 되면 수순에 따라 현명관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부른 후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1월과 4월 현ㆍ전 비서실장에게 검찰 출두를 통보한 바 있다.
제주지사에 출마하는 현ㆍ전 비서실장은 지방선거가 끝난 후 출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 CB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삼성에버랜드 CB 사건이 왜 그토록 시민단체와 검찰, 삼성 측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이유는 이 문제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에버랜드 CB 건이 해결돼야 이 상무의 경영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데 시각을 같이한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3%,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 46.85%,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4%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에버랜드는 순환출자 방식으로 삼성전자 등 핵심계열사 지분을 소유, 그룹의 정점에 서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에버랜드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성그룹 지배권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96년 말 이 회장의 장남 이 상무는 28세의 나이로 바로 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여기서 바로 최근 '에버랜드 사건'이라 불리는 경영권 편법 승계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
이 상무는 당시 '전환사채'(CB)라는 법망을 교묘히 피한 신종 기법을 이용해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거대그룹인 삼성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발판을 확보했다.
96년 에버랜드는 자본금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전환사채 125만여주를 주당 7천700원에 발행했다.
그러나 제일제당을 제외한 에버랜드 기존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들은 주식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절, 이 회장 역시 자신에게 배당된 13억원의 CB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CB의 97%가 실권된 것.
이 상무는 이듬해 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에버랜드 지분 25.1%를 가진 대주주가 됐다.
그러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삼성 계열사들이 사전에 짜고 CB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이 상무를 에버랜드 대주주로 만들고 결국 삼성 후계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 경영진이 장외에서 고가(검찰주장 8만5천원)로 거래되던 CB를 이 상무에게 헐값(7천700원)에 넘김으로써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2000년 6월 참여연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43명은 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난 2005년 10월 재판부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에버랜드 CB를 이재용 상무에게 넘겼다'고 판결했다.
또 이 상무 남매에게 저가로 CB를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허태학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검찰은 즉각 항소한 뒤 보강수사에 들어가 에버랜드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 관계자들과 과거 삼성그룹 비서실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이 회장이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최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에버랜드 사건이 단순한 전환사채의 헐값 처분에 의한 편법증여의 차원이 아니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경영권 편법 승계 사건' 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즉 그룹의 경영권이 바뀌는 결과를 낳은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처분에 대해 총수인 이 회장이 모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 이 상무의 후계 승계는 '일단 정지' 상태이다.
삼성은 올해 임원 인사 때도 이 상무의 전무 승진은 보류시켰다. 후계문제를 왈가왈가하기에는 삼성과 이 상무를 둘러싼 최악의 상황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상황을 살피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겠다는 것.
과연 검찰의 이번 의지가 여론의 비난에 따른 일회성 대응인지 '삼성 봐주기' 수사를 탈피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인지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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