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판갈이? '朴-明 지고' '손학규 약진'
리더십 부재와 공천비리-'황제 테니스' 논란에 '경제대통령론 급부상'
2007-05-08 김명은 기자
한나라당. 지지율 불안요소 많아-지방선거 두 대권 경쟁 가속화
기존 이명박 박근혜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듯 보였던 판세가 최근 손학규 경기지사의 약진으로 삼강구도로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손지사가 막대한 규모의 외자유치와 영어마을의 성공 등으로 당 안 밖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 박 대표는 리더십 부재와 공천 비리문제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고 이 시장 또한 ‘황제 테니스’ 논란과 로비의혹 등으로 고역을 치루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오세훈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당 내 역학구도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심’이 ‘당심’을 누른 경선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번 결과는 당 외부로부터 불어 온 변화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의 요구는 당 내 역학구도의 변화는 물론 멀리 봐서 대선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 전 의원의 당선으로 힘은 얻을 소장파가 대선구도에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당내 기류변화가 소장파에 의한 제3의 인물론을 등장시키고 기존 ‘이-박’ 양강구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지사가 이러한 기류를 타고 지방선거 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대선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얼마전 경기도 파주 LG필립스LCD공장 준공식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 측근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청계천으로 30년간 서울시민이 즐길 거리를 만들었다면,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파주 LCD단지로 경기도민이 30년간 먹고살 거리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00억달러 외자유치와 파주 영어마을의 성공적인 개원 등으로 경기도 내에서 인기가 급상승중인 손지사가 조금씩 한나라당 내 비주류들의 입심이 세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 대권주자 빅3의 최근 여론동향
지난 4월 25일 동서리서치가 조사한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선호도(95%신뢰수준, ±3.1%의 오차한계)를 살펴보면 1위가 24.7%의 고건 전 국무총리, 2위는 그에 근접한 23.6%의 이명박 서울시장 그리고 3위가 17.7%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이다.
그 뒤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의원, 손학규 경기도지사 순으로 10%에 미치지 못하는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손학규 지사는 그 동안 1%대를 오가던 지지율이 이번 조사에서 ‘마(魔)의 3%’의 벽을 넘은 것이다.
이에 손 지사측은 이번 파주LCD단지 준공으로 앞으로 5%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주LCD단지 준공과 관련해서는 黨내에서도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전여옥 전 대변인이 ”손지사의 땀과 치밀함, 추진력으로 만들어진 한나라당의 자랑“이라고 했으며, 이명박 서울시장측인 정두언 의원도 ”손 지사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국민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당 내 경쟁자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최근 기류는...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의 레임덕 현상과 의원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인한 난상으로 당의 구심점이 흐려지고 있다.
박 대표의 이같은 레임덕 현상은 과거 총재가 절대 권력을 누렸던 시절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당력을 집결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매일일보>이 이강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한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당의 스펙트럼이 두텁다. 항상 주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전통과 여,야당을 모두 경험한 당으로써 이러한 것들을 잘 규합할 수 있다”며 “대가 없는 고통은 없는 법. 이러한 점들이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치적 외연을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과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시작하는 것이 아직은 이르다는 당사자들의 발언과 달리 이미 대권경쟁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와 있다.
이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전략전술이 드러나겠지만 이미 고건-김근태-민주당의 정책연대에 대한 관심과 한나라당 내 ‘오풍’에 힘입은 소장파들에 의한 제3 인물 등장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유력 대권주자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공식석상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등 한나라당 내에서 그 동안의 박근혜, 이명박 양강구도를 3강구도화 시키려고 애쓰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행보가 눈에 띈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앞두고 검증해 보아야 할 것
한나라당 박3의 정치적 행보와 직무에 대한 충실도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의원이 당선되자 당내 영남의 한 중진의원이 “이젠 비주류 눈치 보며 살게 생겼다. 그 쪽에서 당권까지 넘볼 것...”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보가 당내에서 반박근혜 세력으로 분류되는 소장파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것과 관련해 당내 주류들의 비주류들에 대한 경계심이 적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문수 의원이 비주류인 당내 ‘국가발전연구회’ 멤버인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나 이번 경선과정에서 양측이 연대해 후보를 밀어줌으로써 승리를 거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 올 대선 후보 경선과정이 또 어떠한 판도로 바뀔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양측이 박 대표와는 맞지 않는 인사로 평가되던 이재오 의원을 함께 당선시켰고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박계동 의원이 중도하차해 오후보을 밀었다.
또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선 남경필 의원이 사퇴하면서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소장그룹이 주축인 ‘새정치 수요모임’에는 원희룡 남경필 박형준 정병국 의원 등이 있고, 발전연에는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심재철 의원 등이 속해 있다.
오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당내 역학관계가 주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오 후보의 선출은 소장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는 의미이고 소장파가 당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며 7월의 전당대회 때 젊은 대표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대권주자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의 당선으로 소장파의 입지가 커지는 것은 박 대표의 대선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장파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선 후 이 시장이 2007년 대선 필승전략 차원에서 오 후보가 절실히 필요해 이번 경선에서 오 후보를 밀어줬다는 추측이 나돌아 그 진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당내 분위기는 손 지사에게도 청신호다.
빅3 과연 무엇을 얻고 잃었나
노무현 정권이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동료된 민심에 호소하며 대선 주자들이 조심스럽게 정치적 행보를 시작함과 아울러 그 동안 이들이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표 =제1야당의 대표로서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선거 때마다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위해 몸소 선거운동 현장에서 발 벗고 뛰어온 박대표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의 위기에서 한나라당 구해냈다는 공적을 인정받아 왔다.
지난달 25일에 있었던 동서리서치의 기획조사 중 야당 대표 역할 수행 평가 항목에서 박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8.1%,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4.5%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 시장과 손 지사에 비해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정가가 아니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볼 수는 있지만 레임덕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갖가지 잡음과 의원들의 지방선거 공천비리 연루, 비주류의 세력 확산 등의 문제로 앞으로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박 서울 시장=이명박 서울 시장은 청계천 복원 이후 급격한 인기 상승으로 세 사람 중에서 아직까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버스체계 개편사업, 강북 뉴타운 개발 사업, 청계천 복원 사업 등 규모가 큰 사업들을 추진했다.
버스체계 개편 초기에는 시민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청계천 복원으로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불거져 나온 황제 테니스 논란과 별장파티, 특혜의혹들로 고역을 치루면서 지지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그 수치가 크지는 않으나 아직까지 고건 전 총리와 함께 유력한 대권 후보의 한 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당과 언론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얼마전 한 기자 간담회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고건 전 총리의 인기는 현 정권 들어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면서 국민들이 안정감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며 “그러나 고 전 총리의 안정감은 ‘알맹이 없는 안정감’이자 ‘이미지 중심의 안정감’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손 지사는 고 전 총리에 대해 “대체 한 일이 뭐냐”고 불만을 털어 놓기도 했다.
손 지사는 취임 후 경기도에 ‘수도권 공장신설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첨단기업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려 14조원에 이르는 해외투자를 성사시켰다.
이는 국내 지자체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얼마 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아직은 대선주자들에 대해 평가, 검증할 때는 아니며, 제대로 때가 오면 국민들이 과연 우리나라가 어떻게 가야 될 것인가. 새로운 나라 발전 방향에 대해 적합한 지도자는 누가 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따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망론의 가능성
대권주자로 거론되어 여론조사의 대상에 항상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손 지사. 다른 대권예비후보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사회적인 관심을 끄는 중에도 여전히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존재를 부각시켜 오고 있다.
그런 손 지사가 이번 세계 최대규모의 파주LG필립스LCD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달 27일에 열린 준공식에는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손 지사와 경기도 행정력에 찬사를 보냈다.
대통령이 야당의 주요 인사이며 대선 예비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에게 이러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만큼 손 지사가 이루어낸 성과가 대단한 것임을 입증한다.
이강두 의원도 “손 지사는 학자로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 투신하신 분으로 행정경험을 통해 능력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올라가는 듯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과들이 계속적으로 들어난다면 더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화인터뷰에서 밝혔다.
아직은 손 지사의 지지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 경기도민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손 지사의 인기는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총 조사인구 중 수도권의 인구는 22.747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48.1%를 차지. 시도별로는 경기도 인구(10.419천명)가 전체 인구의 22.0%로 가장 많으며, 서울(20.7%), 부산(7.4%) 순이다.
경기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는 대선 판도를 속단하기 어렵다.
특히 이 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여론조사의 문제점이 이를 뒤받침 해 준다.
손 지사는 취임 4년간 경기도에 많은 사업을 실행했다.
그 중에서 중점을 둔 것은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외자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이다.
경기도는 지난 4년간 해외첨단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유치에 전력을 기울은 결과 지난 4월 10일 100번째 기업의 투자유치협약식(MOU)울 하게 됐다.
총 100개 기업, 138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통한 5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졌다.
또 수원 ‘광교 테크노밸리’와 용인 ‘R&D센터' 등이 속속 개관해 첨단산업단지로써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판교신도시에도 20만평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가 곧 착공됨에 따라 경기도는 성남과 수원-용인을 잇는 수도권 남부 지역이 첨단산업의 연구개발 특구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이 시기에 유난히 다른 지자체에 비해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이뤄낸 손 지사의 추진력이 앞으로 ’포스트 지방선거‘ 본격적인 대권 경쟁체제 돌입에서도 파워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me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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