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기축통화 편입…달러·유로화와 패권 다투나
중국, AIIB에 이어 '금융굴기' 지렛대 확보
2015-12-01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중국이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에 성공했다. 위안화는 이로써 미국 달러화, 유럽연합(EU)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되는 5번째 통화가 됐다.이와 관련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미국은 달러화를 바탕으로 누렸던 패권을 방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에 양국 간의 경쟁과 갈등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IMF가 이번에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을 내린데에는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규모와 실력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했다.중국은 2010년에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과 비슷했지만, 2013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9조1000억 달러(2013년 기준)로 확고한 ‘세계 2위’ 자리를 굳혔다. 미국(16조8000억 달러)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2010년에만 해도 0%대로 미미했던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도 지난 8월 2.79%까지 상승해 엔화(2.76%)를 제치고 4위 결제통화로 올라섰다.중국 경제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IMF와 미국은 위안화를 5번째 기축통화로 인정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일단 위안화의 SDR 편입은 전 세계적인 위안화 수요를 일으킨다.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 비율만큼 위안화를 보유하기 때문이다.금융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하는 한편,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국제 외환시장 매니저들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위안화는 10년 뒤인 2025년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10%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는 0.3%로 미미하다.이에 따라 중국은 더욱 쉽게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게 됐다.그동안 경기침체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위안화 가치의 폭락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하 등을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을 주저했던 중국이 이번에 기축통화국이 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라는 칼을 빼들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중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외국인 자금이 더욱 쉽게 유입될 수 있어 이 나라의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편입 결정은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깊다.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중국은 그동안 외교와 군사,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본격적인 미 중 패권 경쟁 구도 만들기에 박차를 가해 왔다.올해 초에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 등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은행 AIIB 창설을 주도하며 기존의 국제금융질서에 균열을 냈다.연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는 AIIB는 위안화 세계화에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 맹방들이 이런 ‘G-2’ 경쟁 구도를 은근히 부채질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미국은 자국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달러와 비교해 위안화의 평가 절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한편 중국 지도부는 근년 들어 빈번한 정상외교 등을 계기로 스위스와 영국, 싱가포르 등 국제적 금융 허브 국가들과 긴밀한 금융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위안화 확대 주춧돌을 곳곳에 배치했다.지난 8월부터 위안화 환율결정 방식을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등 IMF가 지적한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기울여왔다.이런 노력의 결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됐으나, 중국은 앞으로 통화정책을 포함해 금융시장과 관련한 새로운 압력을 받게 된다.중국은 그동안 정책적으로 전방위적인 개혁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앞으로 개혁·개방 요구는 외부에서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