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지지율 20%에 머물러 있는 까닭?'

‘돌출행동’이 죽도 밥도 아닌 중도정당 되어버려

2006-05-12     곽호성 기자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20%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최근 문화일보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20.6%에 머물러 한나라당의 35.4%에 15% 가량 밀리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에 따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20%를 밑돌기도 한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떨까?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8.4%이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5.3%이다. 정리해보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맞서려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모두 지지율을 합쳐야 할 판이다.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 원인 ①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 원인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근원적 원인은 반 한나라세력이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이렇게 3당으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했던 것은 열린우리당 세력과 민주당 세력이 하나로 붙어 있었고 상당수의 민주노동당 지지성향의 국민들이 노무현 후보를 전략적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마디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해 사표를 만드는 것보다는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았다고 민주노동당 성향의 국민들이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원래 70% 정도의 국민들은 대개 정치에 참여하려는 의식이 제법 있지만 30% 정도의 국민들은 확실한 정치 무관심 층이다. 보통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5%를 넘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대략 30% 정도의 국민들은 정치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70% 정도의 유권자 시장을 놓고 여당과 야당들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데 한나라당이 많은 영남인구와 비교적 재산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 그리고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을 등에 업고 35% 정도를 쓸어가니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남은 35% 정도의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다툼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 원인 ②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20% 정도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는 두 번째 원인은 뭘까. 당연히 경제문제다. 지금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소 예전보다는 경기가 나아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당이 인기가 좋을 수 없다.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기대하는 것은 경제호전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현재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대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그 대책이 시중에서 좀처럼 먹혀 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문제가 시원치 않다보니 도처에서 열린우리당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수사회는 보수사회대로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게 보수적이지 않다고 비난을 퍼부어대고 반대로 진보사회는 진보사회 대로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게 진보적이지 않다고 비난을 퍼부어 댄다. 양쪽에서 두들겨 맞으니 지지율이 높을 수가 없다.

본래 열린우리당의 노선은 ‘중도’다. 열린우리당 의원 구성을 보면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제법 많다. 열린우리당 내에 다양한 성향의 의원들이 존재하므로 보수정책이 필요한 곳에는 보수정책을, 진보정책이 필요한 곳에는 진보정책을 써서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 갈 수 도 있을 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욕구는 계속 터져 나오는데 열린우리당이 그 많은 욕구를 일일이 받아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 원인 ③

정치권 주변에서는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 원인으로 뚜렷한 주인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원래 과거 정당들은 뚜렷한 주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열린우리당은 분명한 오너가 없다.

당내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에 당원 모두가 주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곧 뒤집어 말하면 당원 가운데 그 누구도 주인이 아닌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주인의식을 갖고 당을 발전시키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셈이다.

대선주자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속셈은 자신들의 지지세 만들기에 있지 열린우리당 발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어차피 ‘노무현당’으로 노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와 동시에 그 호흡이 희미해질 정당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계산도 제각각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하느님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꿈에 나타나 ‘그대의 첫 번째 소원은 뭐냐?’라고 물어보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뭐라고 답할까. 아마 국회의원 또 하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있는 것은 차기 대선일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이겨야 자신의 지역구를 지킬 공산이 높아진다. 열린우리당은 대개 경선을 통해 지역구 의원후보를 정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이러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권 재창출을 학수고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죽도 밥도 아닌 열린우리당

현실이 이러하니 열린우리당은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정당이 되버렸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정당이 되었다는 말이다. 노골적인 진보성향을 드러내게 되면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집중견제를 받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지역발전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수성향의 기업인들이나 재력가들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노골적인 진보성향을 내세워서는 힘들다.

반대로 열린우리당 고정표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진보성향의 표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따금 보수적이지 않은 ‘돌출행동’을 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열린우리당은 죽도 밥도 아닌 중도정당이 되어버려 그 중도이념에 맞는 20% 정도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내려 앉아 버렸다.

진보 성향의 표는 민주노동당 쪽으로 이탈했고 참여정부를 못 마땅하게 보는 호남 출신 기성세대는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가해 보이는 이유는 내심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굳게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정권재창출이 가능할까? 그 이유는 이미 앞서 말했다. 反 한나라 세력만 규합해 버리면 정권재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나 반 한나라 성향의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다.

과점체제인 국내 여객기 시장에서 대개 대한항공을 이용하거나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해야 하듯 한나라당이 아니면 반 한나라 대표정당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반 한나라 대표정당, 그러니까 결국 열린우리당이 모습을 바꿔서 생길 정당을 지지하는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열린우리당이 굳이 유권자들의 점수를 따려 죽어라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 일단 굳건한 반 한나라 세력의 선봉인 호남 유권자 계층이 있다. 이들의 숫자만 해도 수백만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인 젊은이들이 우글우글하다. 이들은 곁에서 누가 ‘한나라당’이름만 말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지방선거는 버려도 되는 카드

사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지방선거는 버려도 되는 카드다.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면 정계개편이 앞당겨지고 정동영 의장의 실각과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판세의 큰 맥락을 놓고 봤을 때는 별 의미없는 분석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진영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지방권력부터 국가권력까지 싹 쓸어간다’라며 대중들을 선동할 것이다. 기존 지지층의 한나라당 혐오감을 일깨워 반사이익으로 대권을 잡아보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 중심제 사회인 한국은 결국 중요한 것이 대통령 자리다. 인간의 몸에서 눈이 900냥, 다른 부분이 100냥이라고 하듯 한국 정치에서는 대통령 자리가 ‘900냥’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만 쥐면 된다고들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테니 이번 지방선거야 한나라당에게 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들 있을 것이 뻔하다.

사실 원래 지방선거는 2030 유권자의 참여가 저조해서 기성세대 유권자들이 주축을 차지하는 한나라당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선거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이 점을 각오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은 어떻게 움직일까. 유력 대권후보들을 따라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권후보가 튀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의 움직임

지방선거 이후 불어닥칠 핵폭풍은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 묻혀 버릴 전망이다. 독일 월드컵 열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여름 휴가철이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나면 개천절을 끼고 쭉 이어지는 추석 연휴다.

여름 휴가철과 10월 추석 사이부터 대권후보들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죽을 힘을 다해 대통령 자리를 사수하려는 여권과 반대로 이번만큼은 대권을 탈환하겠다고 사력을 집중할 한나라당과의 혈투가 예상되고 있다.

10월 추석이 지나가면 각 정당의 대권후보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게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김근태 후보 외에 또 다른 후보들이 나설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지금 예측해보면 고건 후보는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거나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2007년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2007년 대선은 여권에서는 고건 후보와 열린우리당 후보의 단일화를 통한 반 한나라 동맹이 만들어 져서 한나라당 후보와 겨루는 구도로 갈 공산이 높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 후보로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유력하다.

문제는 상대가 이명박 시장이기 때문에 여당 측에서는 이명박 시장과 이미지가 확실히 차별화되는 인물을 내세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건 후보가 ‘제 2의 이인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여권의 특징은 열성적인 386을 잡아야 대권후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열성적인 386과 고건 후보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진영이 2007 대선을 앞두고 전혀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후보가 그러했듯 말이다.

열린우리당 내년에 사라질 수도

지금으로서는 열린우리당이 내년에 사라 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백년정당’을 이야기하며 출발했지만 그 ‘백년정당’의 정신을 이어받을 제 2의 열린우리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도저히 지금의 열린우리당으로 대선을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며 향후 반 한나라 세력 가운데 대표주자가 될 여권의 대권후보가 ‘노무현 당’인 열린우리당을 바꾸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다면 열린우리당이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어차피 열린우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사라질 정당이며 이제 독일 월드컵-휴가철-추석 등 국민들이 정치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할 이벤트들이 이어진다면, 무엇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위해 대권에 우선 몰두한다면 열린우리당 자체는 아예 정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민들도 올해 말 부터는 차기 대선에 관심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보면 빨리 일어선 자는 그만큼 빨리 망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어떻게 보면 단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한 열린우리당은 그만큼 빠른 시간 안에 사라지는 정당이 될 지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2007 대선에서 또 다시 반 한나라 연합 대권후보가 승리하면 참여정부 시대와 비슷한 5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세력이라면 모두 끌어모은 뒤 열성 지지층을 흥분시킬만한 진보적 구호를 외쳐가며 집권한 뒤 정국 운영은 애매모호한 중도적 운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는 절대로 이탈하지 않는 20% 정도의 핵심 지지층만 붙들고 정치를 하고 2012년 대선에서는 역시 반 한나라 연합을 재 결성해 35% 이상의 지지율을 만들어 한나라당을 또 다시 누르고 정권을 지키는 전략을 쓸 것이다. 물론 대권을 한번 또 빼앗긴 한나라당이 2012년까지 존속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한번 더 대권을 빼앗기면 중도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은 결국 여권으로 흡수되거나 한나라당에 남거나, 혹은 군소정당을 만들어 한나라당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영남 출신 보수 의원들을 중심의 소수 보수정당으로 남게 될 수 있다. ‘영남 지역당’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지지층이 좁아지는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2012년으로 가면 한나라당의 대권탈환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한국 정치판의 과점구조는 많은 국민들을 어이없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싫은데 그래도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낫다고 보는 국민들은 그냥 한나라당을 선택하면 그만이지만 도저히 한나라당을 선택할 수 없는 국민들은 결국 열린우리당 세력이 주축이 될 반 한나라 연합세력을 2007년 대선에서 선택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래서 대권 재창출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을 것이고 사정이 이러니 열린우리당을 위해 죽어라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상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당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