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 산유국 부도위험 급상승

20달러대 진입 전망도 나와…베네수엘라 부도확률 90%↑

2016-12-03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국제유가 14년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하락  국제유가가 14년 만에 3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산유국들의 부도위험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WTI가격은 전거래일보다 4.6%(1.91달러) 폭락한 39.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WTI가 종가 기준으로 3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8월 24일에 올 들어 최저점인 배럴당 38달러를 찍은 WTI는 이후 40달러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다시 30달러대로 내려갔다.오는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에서 또다시 감산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OPEC 국가들이 예상대로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생산 및 가격경쟁을 지속하겠다는 결론을 내놓을 경우 유가가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12월 배럴당 32.40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그해 7월에는 145달러까지 올랐다. 현재 유가는 2008년 7월 고점 대비 7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사상 초유의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의 부도위험이 급상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WTI 평균가격은 배럴당 53.34달러, 하반기에는 40달러대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8월 유가가 저점을 찍은 뒤 최근 3개월간 68bp(1bp=0.01%) 뛰어 3일 오전 11시 현재 158bp까지 상승했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부도 확률이 높으면 오르고 낮으면 떨어진다.   바레인의 CDS프리미엄은 350.80bp로 55.8bp 치솟았고, 카타르는 85.86bp, 아부다비는 84.73bp로 각각 21.6bp와 20.4bp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베네수엘라의 CDS프리미엄은 4132.42bp로 지난 9월 28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6458.8에 비해서는 내렸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국가수입의 거의 전부를 원유에서 확보하는 베네수엘라는 부도확률이 90% 이상”이라며 “알제리나 리비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에콰도르 등 OPEC 국가 중 중소국가들이 아무래도 원유 판매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산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은 생산비가 높은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을 견제하면서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실제로 지난해 11월 28일 OPEC 정례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감산합의에 실패하자 WTI는 하루만에 배럴당 74.67달러(26일)에서 68.38달러(28일)로 8.6% 곤두박질 쳤다.   이후에도 유가는 급락세를 지속해 같은 해 12월 중순 50달러대로 떨어졌다.   더구나 올해는 OPEC 회원국인 이란이 서방의 경제제재조치에서 벗어나면 원유수출을 현재 하루 110만배럴에서 당장 160만배럴로, 추후에는 22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인도네시아가 7년 만에 OPEC에 다시 가입하면서 기술적 측면에서 OPEC의 생산목표가 현행 하루 3000만배럴에서 3100만배럴로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점도 유가의 추가하락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원자재팀장은 “OPEC이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감산합의에 실패하고 생산 및 가격경쟁을 지속하겠다는 결론을 내놓을 경우 유가가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감산에 합의할 경우 일시적으로 강한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