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98금양호

2010-04-21     송병승 기자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저인망어선 98금양호가 천안함 실종자들을 찾으러 나섰다 침몰한지 20일이 지났다.

승선했던 선원 9명중 2명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육지로 돌아왔고 남은 7명은 아직도 그들의 고향인 바다에 잠겨 있다. 지난 2일 천안함 실종자들을 찾으러 바다로 나선 쌍끌이 어선은 임무를 수행하고 어장으로 복귀 중 캄보디아 화물선 '타이요호'와 충돌했다. 금양호는 흔적도 남기지 않은채 침몰했고 천안함 침몰은 고귀한 장병들과 함께 또다른 희생자들을 남겼다. 금양호는 대청도 남서쪽 55㎞ 지점 수심 78m에 침몰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었던 9명의 선원은 바다의 품속에 잠긴채 말이 없었다. 침몰 2일차, 실종자 수색작업에서 선원 김종평(55)과 람방 누르요카(36)가 발견됐다.  천안함 장병들을 찾으러간 어부들은 그렇게 소금기 저린 바닷물에 쌓여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천안함 실종자들과 그들의 가족들 이야기에 집중될 뿐, 98금양호는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주요 언론들도 그들을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 외면했다는 표현이 차라리 정확하다. 그렇게 <매일일보>이 찾은 우리시대 '또 다른 영웅'들의 빈소엔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인천 남구 학익동 송도 가족사랑병원의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람방 누르요카선원의 분향소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김종평선원의 분향소 역시 인적은 드물었다. 가끔씩 취재를 위해 찾아오는 기자들과 상주하는 시청, 구청, 해양경찰서 직원만이 있을 뿐이었다. 김종평 선원의 조문을 하고 나오는 <매일일보> 기자에게 김종평선원의 동거인 이 모 여인은 그저 "고맙다. 고맙다" 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인천 해양경찰서 직원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저 남은 여생을 함께 하고 싶었던 그녀에게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 김종평선원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식사는 하셨나요?" 라는 질문에 "난 지금 배가 고픈지 안고픈지도 몰라요"라며 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모습이 몇 안되는 사람들에게도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김종평선원의 보상이나 장례절차가 전혀 논의된게 없고, 금양수산 직원들도 모두 바다에 나가서 작업중이라 이야기를 나눌 겨를도 없다"며 "저 사람 평소에 참 쾌활했는데..." 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국가의 부름에 응했고 실천했으며 끝내는 목숨으로 답했던 98금양호 선원들에게 국가는 이제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을 되풀이한다.

나머지 실종자들에 대한 처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일 98금양호 침몰사고 진행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열렸다.

이날 실종자 가족위원회 이원상 대표는 "실종자 수색이 재개되는 21일에 맞추어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청의 대책본부는 "행정적인 지원은 해줄 수 있지만 재정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구청에서 주도적으로 처리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부 기관에 건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실질적으로 분향소가 설치될 위치조차 아직 정하지 않았으면서 돌아올 화살을 피하기 위해 책임 회피만을 일삼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브리핑이 끝난 직후 이원상 대표는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대책본부는 상투적인 말만 할 뿐"이라며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뱃 사람으로서 차디찬 바다 어딘가에 있을 장병들을 찾으러 닻을 올렸던 98금양호. 하지만 선원 9명 중 7명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채 98금양호는 지금 현재 바다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그들에게 수색을 요청했던 것은 국가다. 하지만 바다가 그러하듯 국가는 아무런 말이 없다. 바다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망자의 한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국가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금양98호 선원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더 애도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