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기도박단 위에 ‘나는’ 조직폭력배
‘쪽팔림’이 아닌 ‘타짜’다운 복수 선택
2006-05-12 한종해 기자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바늘구멍 만한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 렌즈를 숨긴 모자와 귓구멍에 쏙 들어가는 좁쌀만한 무선 이어폰, 도박판의 상황을 실시간 무선 중계 받는 노트북 컴퓨터 까지. 팀원들의 호흡은 완벽했다.
사기 도박단 나모(40)씨 등 6명은 지난달 16일 오후 11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한 불법 카지노에 1천400만원을 가지고 들어가 사기도박으로 3시간 만에 2천340만원을 땄다. 종목은 바카라.
이 사기 도박단은 범행 전날 카지노에 몰래 침입하여 약품 처리한 카트 48목을 섞어 놓았고 범행 당인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모자와 이어폰을 착용, 승용차에 대기중인 또 한사람의 공범이 카드패를 읽어 많은 돈을 딸 수 있었다. 또, 특수 카메라를 비춰 카드패가 보이면 이를 무전기와 초소형 이어폰을 통해 전달해 주는 조와 업주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도박을 하는 조로 업무를 분담했다.
문제는 이 불법 카지노의 운영자가 경기도 포천 지역 유명 조직폭력배 신천지 개벽파의 고문 최모(45)씨 라는 점이었다.
나씨 등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카지노 딜러의 “업주측이 계속 패하는 게 수상하다”는 말을 전해들은 최씨는 신천지 개벽파 행동대장 이모(32)씨 등 폭력배 10여명을 동원하여 나가려는 나씨 등을 막고 ‘운 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피해가려는 나씨 일행과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그 과정 중 초소형 카메라 등이 발각되었다. 조직폭력배들은 나씨 등을 카지노 안 내실로 끌고 들어가 16시간 감금하고 야구 방망이 등으로 마구 폭력을 행사한 뒤 현금 3천800만원과 승용차를 빼앗고 2천만원 지불각서를 쓰도록 했다. 사기 도박으로 딴 돈은 물론 승용차, 가지고 있던 현금까지 모두 뺐겨 7000만원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다.
17일 오후 6시에 조직폭력배로 부터 풀려난 나씨 등은 “우리가 사기도박으로 처벌받더라도 경찰에 신고하자. 돈도 아깝고 맞은 것도 억울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쪽팔림’ 대신 ‘타짜(?)’다운 복수의 길을 선택했다. 나씨 등은 풀려나자마자 병원에서 바로 상해 진단서를 끊은 뒤 다음날 서울지반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찾아와 자수(?)했다.
이들은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도박장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더라면 호랑이 굴에 제발로 걸어 들어갔겠느냐”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도박 혐의로 나씨와 이씨를 구속하고 8일 신천지 개벽파 고문 최씨와 행동대장 이씨 등 2명을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나머지 사기 도박단과 조직 폭력배 8명은 불구속 입건되고 11명은 경찰에 쫒기는 신세다.
사기도박단과 조직폭력계가 연계된 사건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충남 천안경찰서는 지난 3월 28일 특수 제작된 콘택트 렌즈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여 억대의 판돈을 챙긴 혐의(사기도박)로 이모(28. 무직. 천안시 유량동)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 들의 사기도박 사실을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동을 가로챈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 박모(31. 무직. 천안시 원성동) 씨 등 2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천안 지역 조직폭력배인 이씨 등은 지난해 4월 9일 오후 5시께 충만 천안시 두정동의 한 모텔 객실로 박모(32. 부동산업. 천안시 목천읍) 씨를 유인, 특수 제작된 렌즈와 투시가 가능한 카드로 사기도박을 벌여 모구 7차례에 걸쳐 1억4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공갈 혐의로 검거된 박씨 등은 ‘내가 피해자 뒤를 봐주고 있으니 합의금을 내놓으라’며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3천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기도박을 벌이고 달아난 정모(28. 무직. 천안시 쌍용동) 씨 등 2명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