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② 글로벌 코리아ICT ‘적신호’] IT강국 그늘…화려했던 옛 IT 벤처 기업 실종
'제2의 벤처붐' 성공적 안착 위해서는 ‘성장통’ 관리해야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세계 속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ICT 시장의 성장판을 지속 강화하기 위해서는 허리라인인 스타트업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산업간의 경계가 허물면서 중장기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복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안으로 떠오른 벤처기업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벤처 ‘붐’에 편승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암흑기로 전환했다.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여겨졌던 IT벤처 ‘1세대’ 중에서는 경영권 분쟁 등 각종 내홍에 시달리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걸었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신화의 상징인 팬택은 현재는 기사회생으로 다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한 때는 수차례 매각에 좌절돼 청산과정에 돌입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앞세우면서 대규모 정책자금을 풀고 있는 데다 창업 열기도 다시금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 수는 사상 최대인 460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7개(1.5%)늘어난 수치다. 특히 위메프를 포함한 5곳 기업은 창업 7년 내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벤처 1000억 기업’ 조사결과에 따르면 1회 이상 벤처확인을 받은 7만5379개사 가운데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은 460개로 집계됐다.
중기청 관계자는 “2005년 처음 조사 당시 68개 기업이던 1000억 클럽 기업이 10년 만에 460개로 약 7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벤처 1000억 클럽 가운데 현재 벤처인증을 보유한 기업은 64개에 불과해 벤처기업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숫자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 1000억클럽의 매출액 합계(98조9000억원)는 GDP(국내총생산)의 6.4% 규모다. 대기업과 비교해도 삼성(248조원), SK(165조원), 현대차(158조원), LG(116조원)에 이은 재계 5위 수준이다.
중기청은 꾸준한 연구·개발(R&D)과 벤처투자 유치를 벤처기업들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벤처 1000억 클럽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2.9%(평균 62억원)로 일반 중소기업(0.7%), 대기업(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창업 이후 투자를 받은 벤처 1000억 클럽 기업은 198개사로 기업당 평균 5.6건·50억9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활성화된 창업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간단계로서 벤처천억기업이 창조경제의 새로운 성장사다리(창업→중소→중견기업)를 주도하는 모델이 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성장통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은 ‘벤처기업, 지속 성장하려면 성장통 관리하라’는 자료를 발표하고 “우리 기업들의 낮은 생존율은 기업 성장 시 장애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숙한 대처도 한 원인일 수 있다”며 “기업 생존율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성장에 걸맞는 관리역량 제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연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창출기업으로 높은 성장성에 힘입어 매출 1000억원이 넘은 벤처천억기업(453개) 가운데 3년 연속 매출 20% 이상 성장하는 슈퍼 가젤형기업 비중이 33.6%(2013년 기준)로 매우 높다. 그러나 기업의 역량이 충분치 못한 경우 이러한 고성장은 오히려 기업성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만큼 기업의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미순 연구위원은 “성장통은 기존 인프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조직이 성장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조직성장에 부합하도록 균형적으로 발전해야만 지속 성장할 수 있다”며 “벤처기업은 특히 철저한 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성장통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장통 관리의 구체적인 방향으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관리시스템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 △벤처 창업초기부터 가지고 있던 장점이 노후화되지 않게 관리하라 △관리시스템 구축 시 다른 기능들과 조화와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라 △기업의 핵심가치를 강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라 △리더는 조직성장에 부합하는 리더십을 가져라 △인적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라 △공식적인 통제시스템을 가동하라 등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은 기술집약형 기업으로서 관리역량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빠른 성장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희석될 수 있다”며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관리시스템도 더불어 확충해 나가지 않으면 상당한 성장통은 물론 기업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성장통 징후들을 철저히 모니터링 해 사전 예방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