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가능성에 부동산·주식 가격 하락 우려
버블 조짐 채권 시장에도 번져…국채 수익률 급락
2016-12-13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산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거품이 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1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당시 전 세계 주택 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올해 1분기는 151.31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4분기의 149.29를 넘어섰다. IMF가 집계한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 가격은 2008년 1분기 159.88로 정점을 찍고 2012년 1분기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150이 넘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주거지 부동산 실질가격은 2011년, 2012년 모두 하락했지만, 이듬해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2분기 116.2(2010년=100)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은 102.4로 소폭 상승했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실질 가치 상승보다는 각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은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스탠더드차타드(SC)도 홍콩, 싱가포르, 중국,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홍콩의 집 가격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C에 따르면 홍콩의 집값이 2008년 이래 190% 상승했으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앞으로 2∼3년 안에 집값은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부동산 가격은 이미 2013년 수준 이래로 8% 하락했지만 앞으로 5∼10% 더 떨어질 것으로 SC는 내다봤다. 전 세계 주식시장은 최근 6년간 빠르게 팽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돈이 빠지기 시작한 2008년 말과 비교하면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7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주요국을 모두 합한 전 세계 증시 시총은 2008년 12월31일 32조3000억 달러에서 최근에 63조8000억 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덕분에 최대 5배까지 부풀어 오른 주식시장이 한꺼번에 붕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도 저금리 현상 덕분에 기술주에 돈이 몰리면서 ‘닷컴 버블’이 형성됐다가 곧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버블의 조짐은 부동산과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 수익률도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현상은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채권시장에서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bp(1bp=0.01%포인트) 하락해 0.54%를 보였다. 이는 10월2일 이래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12bp 하락한 1.54%, 프랑스는 14bp 떨어진 0.86%를 나타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하루 만에 10bp 하락해 2.139%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895%였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08년 중반부터 4% 아래에서 거래됐으며 최근에는 2% 초반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고수익 회사채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채권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수차례에 걸쳐 현재 채권시장이 과거 주식시장 버블과 비슷하다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